김종인의 ‘태업’

2012.02.09 22:02 입력 2012.02.13 13:52 수정

9일 오전 국회 본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실 앞.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사진)과 이주영 정책위의장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대변인실은 앞서 기자들에게 ‘이 의장과 김 비대위원이 재벌개혁 브리핑을 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김 위원은 참석을 거부했다.

이 의장은 “배경 설명은 김 위원이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김 위원은 “TV에 얼굴이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장이 “김 위원은 앉아계시고, 제가 설명을 드리면…”이라고 했지만, 김 위원은 “혼자 하셔”라고 말을 잘랐다. 당황한 이 의장 얼굴이 붉어졌다. 결국 이 의장은 김 위원 대신 조현정 비대위원과 브리핑을 했다.

[왜…]김종인의 ‘태업’

새누리당 비대위 좌장격인 김 위원의 ‘태업’이 지속되고 있다. 김 위원은 전날 비대위 정책쇄신분과 회의에서 “당분간 회의를 주관하지 않겠다”며 회의 도중 나갔다. 김 위원은 10일 예정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뜻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이 일을 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벼랑 끝 전술’로 과감한 정책쇄신을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 위원은 “말한테 물을 먹이려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안 먹으면 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비대위 혁신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 사퇴는 비대위 붕괴를 뜻한다. 쇄신과 개혁의 상징으로 ‘모셔온’ 그가 나간다는 것은 당이 쇄신과 개혁을 포기하는 것이다. 김 위원으로서는 사퇴 카드를 무기삼아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고도의 정치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문제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가운데 놓고 보수파와 헤게모니 전투를 치르는 모습도 엿보인다.

김 위원은 “박 위원장은 처음부터 (재벌개혁) 의지가 단단했고 변하지 않았다. 재벌이나 이익집단으로부터 얽매일 이유가 없고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믿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쪽에서 귀동냥하고 싶어 여의도에 모여 있을 텐데 그런 것에 구애받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대기업 입김을 받고 재벌개혁에 저항하는 당내 인사를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이 박 위원장의 보수적인 경제 조언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비대위원은 “김 위원은 당 주요 인사들의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 인식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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