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국회법 거부’ 강행 땐 당·청 분열, 레임덕 가속

2015.06.16 22:11 입력 2015.06.16 22:12 수정

재의결 안돼도 야당 반발로 ‘국회 올스톱’ 불가피… 여권선 ‘강행 못할 것’ 관측도

청와대가 16일 전날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장 중재안이지만, 청와대는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며 수용 불가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당·청관계 균열, 국회 올스톱 등 정치적으로 져야 할 부담이 만만찮은 만큼 청와대가 섣불리 결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은) 한 글자를 고쳤던데, 그렇다고 우리 입장이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거부권 행사 시기나 구체적인 것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오는 23일 국무회의가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속내는 복잡하다.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예상되는 갖가지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우선 메르스 대란 와중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쟁에만 올인하는 청와대’라는 프레임이 굳어지고,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청와대가 전날 법안이 이송됐을 때 즉각 입장을 내지 않은 것도 여론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내심 바라는 ‘여야 백기투항’ 시나리오도 실현되기엔 장애물이 많다. 새누리당에선 유승민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법안을 재의결하지 않고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반발로 국회가 공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가 원하는 경제활성화법안의 국회 처리도 요원해진다.

게다가 정의화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되돌아온다면 재의결에 부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국회법 개정안이 여당 비주류와 야당의 찬성표를 받아 재의결된다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여당 내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했을 때를 지금 상황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당시 세종시 수정안은 친박과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부결됐고, 이후 청와대와 주류인 친이계는 몰락했다. 법안이 재의결된다면 청와대와 친박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청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것도 달갑지 않다.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청와대가 불신하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비주류는 물론 중도적 의원들도 ‘군림하는’ 청와대에 등을 돌릴 수 있다. 친박 의원이 20명 이내로 축소된 당 지형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향후 국정운영에서 여당 도움과 지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재의결된다면 바로 레임덕인데 행사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야당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까지 중재안을 내며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존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도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이) 국회의 노력을 존중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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