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필리버스터 중단

“빵점 출구전략, 필리버스터 지지·감동·점수 다 까먹는다”

2016.03.01 22:51 입력 2016.03.01 23:59 수정

심야 의원총회 ‘격론’

김종인 “총선에 진력”…반대 의원들, 지도부 강력 성토

이종걸, 마지막 주자 나서 대국민 호소…정의당선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료를 예고한 1일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밤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선 필리버스터 중단을 주장하는 지도부와 반대하는 의원들 사이에 격론이 오갔다.

더민주 의원 40여명이 참석한 의총에선 ‘비상대권’을 틀어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직접 나와 “이념에서 경제로 국면을 전환해 총선에서 이기는 데 진력해야 한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을 설득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우리가 다수당이 돼 테러방지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자”고 말했다.

더민주 지도부의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정부·여당의 완강한 태도로 볼 때 독소조항 수정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선거구 획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필리버스터 정국 장기화가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 중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의원총회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 중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의원총회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그러나 김용익 의원은 “빵점짜리 출구전략이다. 필리버스터로 얻은 지지, 감동, 점수 다 까먹는다. 제발 정치 제대로 하라”며 지도부를 강력 성토했다. 당 지도부로부터 공천배제를 통보받은 강기정 의원은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며 “이종걸 원내대표와 비대위원 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도부 불출마론’을 제기한 것이다.

의원들은 의총에서 4시간30분가량 격론을 벌인 끝에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대국민호소를 하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결론을 내렸다.

의총 시작 전부터 SNS에선 필리버스터 참가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빗발쳤다. 은수미 의원은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학영 의원은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당초 더민주는 이날 오전 9시 이 원내대표 기자회견을 통해 필리버스터 중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견은 취소됐다. ‘의총을 거치지 않고 당 지도부 독단으로 필리버스터를 끝내선 안된다’는 소속 의원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더민주 이언주·임수경·안민석·김기준·박영선 의원과 전날 더민주를 탈당한 전정희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주승용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8일째 이어갔다. 박영선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 “총선에서 이기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독이 든 술잔에 빠지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며 울먹였다.

더민주와 ‘필리버스터 연대’를 했던 국민의당과 정의당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은 다행”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반민주 악법의 위험성을 깨달았던 민주시민들에게 놀람과 우려를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2일 테러방지법 등을 처리하기로 한 여야는 법안 처리 순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선거법 개정안’ 순서를 주장한 반면 더민주는 선거법 개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제혁·조미덥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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