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2 더민주 비례 공천 파문

“그 따위 대접 하는 정당서 일 못해”…김종인 ‘벼랑끝 리더십’

2016.03.21 23:14 입력 2016.03.22 00:26 수정

중앙위 불참 “비대위에 권한 주기 싫으면 끝나” 작심 비난

당내 지분없는 김 대표…향후 주도권 놓고 ‘기싸움’ 분석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76)가 21일 당 중앙위원회를 작심한 듯 공개 비난했다. 중앙위가 전날 비례대표 공천안에 제동을 걸자 이날부터 당무 거부에 들어간 상황에서다. 4·13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가운데 제1야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당 의결기구인 중앙위와 난타전을 벌이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비대위원들은 이날 김 대표와 중앙위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하려 동분서주했다. 당 대표가 통상 분란을 수습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에 비춰보면 이 역시 흔치 않은 일이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더민주의 분란과 사후 대응에서 ‘김종인 리더십’의 특징이 압축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b>김종인 대표 ‘당무 거부’ 귀가 </b>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일절 대답하지 않고 들어갔다.      연합뉴스

김종인 대표 ‘당무 거부’ 귀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일절 대답하지 않고 들어갔다. 연합뉴스

■격정 토로인가, 오만인가

이날 오전 7시49분쯤 서울 구기동 김 대표 자택 앞. 김 대표와 면담을 마친 정장선 당 총선기획단장과 김성수 대변인이 자택에서 나왔다. 면담 내용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지금 아무것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리를 떴다. 김 대표가 비대위 중재안을 거부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오전 8시45분쯤 김 대표가 자택에서 나왔다. 면바지에 하늘색 남방을 받쳐 입은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다. 취재진 질문이 빗발쳤다. 그러나 김 대표는 “더 이상 정치, 정당에 대해 얘기 안 한다”며 함구했다.

오전 9시45분쯤 김 대표의 광화문 사무실. 김 대표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취재진과 대화 도중 담배 3개비를 연거푸 피웠다. 2~3년 전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 당내 파장이 크다.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비례대표 하려는 사람으로 다루는 게 가장 기분 나쁘다. 사람을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 오늘 중앙위가 예정돼 있는데.

“중앙위가 당헌대로 권한을 행사하려면 행사하라 이거다. 비대위를 왜 만들었나. 자기들 나가떨어지려 하니까 만든 것 아니냐. 비대위에 권한을 줘야 끌어줄 거 아니냐. 그게 싫다면 끝나는 거지.”

- 비례 후보에 전문가들이 많다.

“소외계층을 비례에 하나 집어넣으면 소외계층을 잘해줬다고 생각하나? 평소 그거와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좀 정직하게 살라는 거다.”

[총선 D-22 더민주 비례 공천 파문] “그 따위 대접 하는 정당서 일 못해”…김종인 ‘벼랑끝 리더십’

■‘김종인 리더십’의 명암

김 대표 발언에선 ‘김종인 리더십’의 특성이 드러났다. ‘내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더 이상 일 못한다’는 ‘벼랑 끝 리더십’, ‘일을 맡겼으면 내 뜻을 따르라’는 ‘차르 리더십’, ‘다 생각이 있어 그런 거다’라는 ‘전지전능 리더십’이다.

그 바탕에는 당내 지분이 없다는 상황적 요인과 “난 아쉬울 것 없다”는 태도가 깔려 있다. ‘임시 사장’의 취약한 리더십을 때로 오만하게 비치는 벼랑 끝 전술로 돌파하려 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국정을 잘 안다는 자신감, 더민주 등 야당을 ‘규율 없는 무책임한 집단’으로 보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 리더십은 질서와 규율을 더민주에 가져왔지만 합리적 문제제기와 토론을 막는다는 비판을 듣는다. 당원과 지지자를 설득하는 대신 ‘가르칠 대상’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 궤멸론’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노출됐다.

이번 갈등이 김 대표가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대표가 일부 언론에서 사퇴·탈당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만큼 김 대표 사퇴는 부담이 크다. 그 점에서 향후 당 주도권과 리더십을 둘러싼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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