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 득표율? 호남 상실감의 표현”
4·13 총선에서 야권의 최대 화두는 호남이었다. 야권 심장이면서도 그 때문에 지금까지 경쟁이 없었던 이곳의 선거 결과는 ‘야권 중심세력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국민의당의 압승이었다. 호남 전체 28석 중 23석을 쓸어담았다. 특히 김경진 당선자(50·광주 북갑)는 70.8%의 득표율로 광주·전남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총선 도전 3수 끝에 일궈낸 결과였다. 제1야당 후보로 나서지 못하고 번번이 고배를 들었던 앞서와 달리 그의 이번 최고 득표는 상징적이다.
김 당선자는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고 득표율을 얻은 요인으로 국민의당 바람, 자신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연민, 더불어민주당의 늦은 공천을 꼽았다. 국민의당 압승 이유로는 “호남의 상실감”을 들었다. “대선 때 민주당에 몰표를 줬는데 민주당에서도 헤게모니를 잃고 호남 유력 정치인은 배제돼 자괴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 대북송금 특검 트라우마,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집권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 등이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김 당선자는 “나는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한 신부님이 ‘이제 호남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하더라”며 “정의구현사제단에 소속된 진보적 신부님이 그런 말을 해 깜짝 놀랐다. 호남 민심이 그렇게 돌아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의 호남 표심을 두고 ‘호남 자민련’ ‘호남의 세속화’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당선자는 “인사·예산·산업기반시설이 영남에 집중돼 있는데 호남은 조그만 것만 요구해도 세속화니, 비루하니 욕을 먹는다는 반론도 가능하다”며 “ ‘다른 지역과 똑같이 대접받고 싶다, 그를 위한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정권교체’라는 게 호남 민심”이라고 전했다.
총선 뒤 당내에서 ‘연립정부론’이 쏟아졌지만 김 당선자는 “실체 없는 허깨비”라고 했다. “안철수 대표는 독자정당론자이고, 독자정당론과 연정론은 양립 불가”라는 것이다. 수년간 종합편성채널에 나와 정치평론을 했던 그는 ‘주장형’보다 ‘분석형’ 화법이 몸이 밴 듯했다.
검사 출신인 김 당선자가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내 마음에 불을 질렀다. 전주지검 공안검사로 있던 2002년 대선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보면서 ‘정치라는 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검사 출신은 대개 전문성을 살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된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를 희망한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과학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를 김경진이 선도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