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어떻게 승리했나...민심에서 밀리고, 당심으로 뒤집고

2021.11.05 17:00 입력 2021.11.05 19:50 수정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당심’이었다. 당원 표심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무게를 실으면서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의 팽팽하던 균형추가 윤 전 총장쪽으로 기울었다. ‘반문재인’ 상징으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을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 전 총장은 6·29 정치참여 선언 이후 계속된 위기를 딛고 큰 산을 넘었다. 압도적인 당심을 확인했지만, 민심에서 홍 의원에게 두자릿수 격차로 밀려 ‘본선 확장력’이라는 고민도 안게 됐다. 앞으로 4개월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맞서 얼마나 정권교체 지지세력을 규합해 나가는 지가 본선 무대의 최대 과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뒤쳐진 ‘민심’, ‘당심’으로 뒤집어

이날 공개된 본경선 결과는 역시 ‘양강 대전’이었다. 5대 5로 반영된 일반국민 여론조사와 책임당원 투표를 합산한 최종 득표율의 90%를 윤 전 총장(47.85%)과 홍 의원(41.50%)이 나눠가졌다.

두 주자의 희비를 가른 것은 당원 투표였다. 윤 후보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37.94%를 얻어 홍 의원(48.21%)에게 10.27%포인트 뒤쳐졌다. 득표수로 환산하면 3만7338표 차이다. 민심에서 밀렸지만 당심이 윤 전 총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당원 투표에서 윤 전 총장은 12만6519표(34.80%)를 받은 홍 의원보다 8만3515표 앞선 21만34표(57.77%)를 확보했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최종 득표율에서 6.35%포인트 격차를 벌리며 승리했다. 당초 윤석열 캠프에서 예상한 ‘두 자릿수 격차’에는 못 미쳤다. 다만 ‘시계제로’로 박빙이 예상됐던 막바지 판세에 비춰보면 예상보다 큰 격차로 이겼다.

이번 투표에는 책임당원 56만9059명 중 36만3569명(63.89%)이 참여했다. 9월에 입당한 19만명의 신규당원 중 20~40대가 절반을 차지해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전 총장측은 전국 245개 당협위원장 중 160여명, 신규 당원 중 11만명을 윤 전 총장 지지로 보고 승리를 자신해 왔다. 결과적으로 신규 당원 표심도 윤 전 총장에게 기울었던 기존의 당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당원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도록 짜인 경선룰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11명의 경선버스 탑승자를 ‘8명→4명→1명’으로 압축해나가는 동안, 당원 선거인단 투표 반영비율을 ‘0%→20%→50%’로 점점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윤 전 총장의 승리에는 차기 대선을 정권교체론으로 끌고가고자 하는 야권 지지층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 여론을 더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후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에 맞선 피해자’를 정치적 출발점이자 자산으로 삼아 지지층을 규합해왔다. 고발사주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도 “여당은 저 하나만 잡으면 집권연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립구도를 공고히 하는 것으로 맞섰다.

손 쉽게 거머쥔 승리는 아니다. 경선 과정은 살얼음판의 연속이었다. 지난 3월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직에서 중도사퇴하기 전부터 ‘윤석열 대세론’이 형성됐다. 6월 정치참여 선언 후 7월 국민의힘 입당할 때까지도 대세론이 견고해보였다. 이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국면, 윤 전 총장의 잦은 실언 논란, 도덕성 의혹 등이 전방위로 불거지면서 균열이 생겼다. 틈새를 파고든 홍 의원이 2030세대 남성의 전폭적 지지를 기반으로 맹추격했다. 대세론은 붕괴됐다. 9월 들어선 유일한 ‘유력 후보’에서 홍 의원과 함께 ‘양강 후보’로 지위가 바뀌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에 뒤지는 추세가 막판까지 이어졌다. 결국 대세론에 금이 가는 중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윤석열 대세론’이 확고히 유지된 게 최종 승리의 기반이 됐다.

■원팀·리스크관리 등 과제

윤 전 총장의 최우선 과제는 자신을 구심점으로 ‘원팀’(One team)을 만들어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일이다. 얼마나 단기간에, 얼마나 넓은 범위의 지지층을 흡수하느냐에 본선 초반 기세가 달렸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양강을 중심으로 지지 지역과 세대가 확연히 갈라지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분열상이 나타났다. 2030세대와 중도층, 호남 지역 등에서 확장력의 한계도 확인했다.

윤 전 총장은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함께 캠프를 재정비하며 흩어진 당심 모으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합류해 참모 그룹 정비에 주도적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많다.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본경선 경쟁자들과 ‘원팀’을 확인하는 작업도 해야한다. 취약 지지층인 2030세대 지지를 옮겨오려면 이준석 대표와 함께 홍 의원의 ‘중간 다리’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가장 격렬하게 부딪힌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박근혜 당시 후보가 패배를 승복한 사례가 있다. 원팀으로 모여 총력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에 더해 ‘왜 윤석열인가’ 더 확신을 심어주는 작업을 해 나가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내주 ‘국민통합’ 색채를 강조하는 일정을 잡은 것도 본선 확장력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오는 10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고, 11일엔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광주에선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 관리도 주요 과제다. 앞서 윤 전 총장 대세론이 허물어진 데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매끄럽지 않은 수습이 반복된 게 영향을 미쳤다. ‘주120시간 노동’ 발언부터 차곡차곡 쌓인 발언 리스크가 ‘손바닥 왕(王)자’ 논란으로 한 차례 고점을 찍었다. 경선 막판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으로 공식 사과까지 했지만 ‘개사과’ 논란으로 번졌다. 4개월 간의 본격적인 대선 여정에선 한 번의 실책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도덕성 검증의 파고도 남아있다. 윤 전 총장과 처가의 도덕성 의혹을 두고 여당이 파상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이는 윤 전 총장과 연관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리스크’가 아닌 ‘역공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