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겐 복잡해진 ‘김종인 셈법’…얻든 잃든 득실 공존 '양날의 칼'

2021.11.24 21:02 입력 2021.11.25 08:59 수정

간극 못 좁힌 김·윤 만찬 회동

윤석열에겐 복잡해진 ‘김종인 셈법’…얻든 잃든 득실 공존 '양날의 칼'

얻으면 중도 확장·상왕 리스크
잃으면 당 주도권·정치력 훼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전격 회동했지만 김 전 위원장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선대위 구성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제외한 선대위 구성을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김종인 없는 선대위’ 출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선대위 구성을 재차 논의했다. 김 전 위원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나’라는 질문에 “아직은 내가 거기에 확정적인 이야기는 안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는 문제는 시간을 더 갖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전날 2~3일을 최후통첩 시간으로 예고했고, 윤 후보로선 김 전 위원장 요구 사항을 수용하느냐, 김 전 위원장을 버리느냐의 선택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선택하면 상징성 있는 대리인을 얻는 ‘이익’을 보게 된다. 김 전 위원장은 여권과의 정책 대결과 네거티브전에서 동시에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과거 김 전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기본소득’ 등을 제시했던 것처럼 스스로 대선 화두를 만들어내고 키워가는 선거 캠페인 전문가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중도로의 확장이란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떠난다는 취지) 등의 공격을 통해 안 후보를 견제하며 승리를 이끈 바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빚이 없다. 선대위 내 의견이 난립할 때 매듭을 잘라버리거나 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누가 오든, 어느 계파든 휘둘리지 않고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했다.

‘손해’는 ‘상왕 리스크’다. 김 전 위원장은 이미 삼고초려를 하지 않고는 모셔올 수 없는 상왕이 됐다. 이미 임명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상임선대위원장 인사도 철회해야 한다. 윤 후보로서는 자신이 구상했던 ‘3김 체제’(김종인·김병준·김한길)를 엎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 무대의 주인공인 윤 후보 본인의 권위도 손상되는 데다 자신의 구상도 포기해야 한다. 향후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안고 가게 되는 셈이다. 측근들 대부분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할 수도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측근 정치인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포기한다면 후보의 권위가 높아질 수 있다. ‘김종인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하는 셈이다. 전권을 휘두름으로써 당내 세력 재편을 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각종 이슈에 잘 대응하고 지지율도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본선에서 더 강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포기하면, 후보 선출 뒤 처음 맞게 된 정치력 시험무대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채 끝나게 된다. 윤 후보가 누려오던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대위 쇄신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당초 구상이 어긋난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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