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통신자료 수집 통제’ 입법화?···민주당 ‘당론’ 추진에 국민의힘도 법안 발의

2022.01.02 14:44 입력 2022.01.02 14:46 수정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의 야당 의원 통신자료 조회를 비판하며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의 야당 의원 통신자료 조회를 비판하며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과 관련한 제도개선 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자료 조회를 사찰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도 사후 통지절차를 만드는 유사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야 모두 입법에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공방 소재로 비화됐고 정부 반발도 예상되는 터라 난관이 예상된다.

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은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수처·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로부터 이름·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주소 등 통신자료를 제공받고 10일 안에 당사자에게 제공받은 사실과 자료 사용목적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 발의에는 법사위 소속 박주민·김종민·김영배·박성준·김남국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10명이 동참했다.

민주당은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도부도 당론 입법 추진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 대표발의 법안뿐 아니라 향후 발의될 다른 법안들을 종합해 당론 입법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대적으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법사위원장 출신의 5선 이상민 의원은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신조회 수사관행은 명백히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최근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법적 책임 추궁, 제도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위원장은 같은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기관들이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해왔던 것이기에 제도적으로 막아버려야 된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계속 놔두면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준다”며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유사한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강민국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0명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수집 사실을 사후에 통보하는 제도를 만드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발의했다. 류성걸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3명은 통신자료 수집 사실을 30일 안에 서면 또는 전화·문자메시지로 당사자에게 통보케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발의했다.

공수처의 통신자료 수집 논란을 계기로 여야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초까지 진행되는 12월 임시국회와 이달 중순 시작될 2월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원회 단계의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이미 법안을 발의해 추진하려 했다”며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추진하겠다는 얘기를 하고있는 만큼 입법이 거의 100% 추진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문제가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공방 소재로 작용하고 있는 터라 입법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선 후보는 소속 의원들과 기자들에 대한 공수처의 통신자료 수집을 사찰이라고 비판하며 공세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지지율이 역전된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해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 건수가 282만건에 달한다며 국민의힘 공세를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반발도 입법 추진에 관건이다. 지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될 때 법무부와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은 통신자료 수집 사실 통지시 수사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수사대상이 노출돼 초기 수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난달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신자료 수집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검찰·경찰에 물어보면 수사의 기본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은 통신자료 조회가 없으면 수사를 못한다고 할 정도이니 수사기관 반발은 강력할 것”이라며 “정부가 반대하면 입법이 굉장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광온 의원과 류성걸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 모두 수사 상황 등을 이유로 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것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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