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폭염에도 국회 갇힌 기후법안

2023.08.02 20:48 입력 2023.08.03 10:22 수정

탄소중립안 100개 중 67개 ‘계류’
69%는 윤 정부 출범 이전에 발의
윤 대통령, 수해대책 치수만 언급
정치권 무관심 속 기후 대책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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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기후변화 대책으로 발의된 탄소배출 저감 관련 법안 가운데 3분의 2는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폭염과 수해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음에도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탄소저감을 위한 논의들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수해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언급하면서도 그 근본 대책인 탄소저감 노력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이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21대 국회 출범 이후 법안 제안 이유로 ‘기후변화’를 꼽은 291개 법안을 조사한 결과 탄소중립과 관련된 법안은 총 100개였다.

법안의 69%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인 2022년 5월10일 전에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통과된 법안 수는 33개에 불과했다. 법안 67개가 법제사법위원회나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인 것이다.

탄소중립 법안을 내용별로 분류하면 ‘탄소배출량 저감’ ‘신재생에너지 육성’ ‘탄소인지 예산’ ‘탄소저감 투자’ ‘생태계 보존을 통한 탄소흡수’ 등으로 나뉜다. 탄소배출량 저감의 대표적 법안으로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탄소세기본법(탄소세법)이 꼽힌다. 탄소세법은 휘발유, 가스, 석탄 등이 에너지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에 사용될 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그 물품을 탄소세 과세 대상으로 하는 법이다. 기후위기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기후변화 대책 마련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재생에너지 육성 법안으로는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꼽힌다. 탄소세법과 이 법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3월 선정한 ‘2030년 지구 온도 1.5도 상승’ 대응 대표법안에도 포함됐지만 각각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외에도 예산 원칙에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반영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맹성규 민주당 의원 발의),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 4법(한국전력법·수출입은행법·산업은행법·무역보험법 개정안)’ 등도 장기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기후변화 키워드로 검색되지 않은 법 중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들이 공론화를 기다리며 계류돼 있다. 대표적으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1년 7월 발의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021년 3월 발의한 탄소세법 등이다. 신재생에너지 법안으로는 김원이 민주당 의원 등 47명이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을 2021년 5월 발의했으나 2년 넘게 산업위에 계류 중이다.

탄소중립 법안 발의, 여당 18건·민주당 77건

국민의힘은 탄소저감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기후변화 키워드의 탄소중립 관련 법안을 발의자 소속 정당별로 구분하면 민주당 77개, 국민의힘 18개, 정의당 2개, 위원장 대안 3개였다. 국민의힘 법안 중에서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난 2월 발의한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에 같은 당 의원 24명이 공동발의로 참여하며 힘을 실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및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산업계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무관심 속에 온실가스 감축, 탄소저감 관련 정부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공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산업 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14.5%에서 11.4%로 3.1%포인트(810만t) 축소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보다 달성 목표를 한참 낮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해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으면서도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용혜인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50여명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극한 호우, 주말 새 15명의 국민 목숨을 앗아간 극한 폭염 모두 기후재앙의 순간이었다”며 “탄소배출에 세금을 당장 부과해 비생태적인 생산과 소비를 빠르게 축소해나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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