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년 전부터 ‘선 평화협정’ 주장…한·미 ‘비핵화 우선’ 고수

2016.02.22 22:33 입력 2016.02.22 22:39 수정

‘평화협정’ 문제·전망

남북이 정전협정에 의지한 불안한 평화를 이어오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바꾸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 북한 등 당사국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해진 것은 ‘비핵화’ 문제가 결부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중 어느 것이 선행돼야 할지를 놓고 ‘시퀀싱(순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b>외교안보수석의 ‘통화’</b> 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외교안보수석의 ‘통화’ 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평화협정 문제는 왜 대두됐나

9·19 공동성명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협상을 개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한 이후 다시 핵무장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한반도의 안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비핵화 논의와 함께 적절한 시기에 평화협정을 논의키로 한 것이다.

북한이 이 같은 합의를 뒤집고 ‘선 평화협정’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1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힌 이후다. 당시 북한은 비핵화 협상이 ‘신뢰 부족’으로 좌초했기 때문에 협상을 다시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북·미 간 신뢰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논의를 먼저 해봤지만 잘되지 않았으니 순서를 바꿔서 평화협정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것이다.

평화협정 협상은 60년 이상 유지돼온 한반도 냉전 구조를 청산하는 복잡하고 방대한 작업이다. 몇 년이 걸릴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데다 일단 논의를 시작하면 다른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기 때문에 비핵화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한·미가 당시 북한의 제안을 거부한 것도 비핵화 논의가 중단된 상태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 대 북한’의 평화협정 대치

지금도 한·미는 비핵화 논의가 ‘상당히’ 진행돼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단계에 도달해야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미가 뉴욕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알려졌지만, 여기서도 미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달 6일 핵실험을 강행한 것도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북한이 ‘선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의도에 대해 핵 개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핵을 가진 채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평화협정 체결은 교전당사국 군 지휘관이 서명한 정전협정과 달리 북·미를 포함한 관련 당사국 정부의 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승인하지 않는 북한과 법적 효력을 가진 협약을 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려면 북·미관계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이상 유지할 근거도 없어진다.

평화협정 논의가 이어질 긴 세월 동안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평화협정 논의 전망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나, 북한 체제 붕괴를 겨냥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지금 평화협정 논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한·미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최소 2년 동안은 이 문제가 정식 논의되기 어렵다.

하지만 만일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된다면, 더 이상 평화협정 문제를 외면하거나 의제에서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북한이 핵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방치해 놓은 탓에 언젠가 협상 재개를 탐색하는 단계가 온다면 한·미는 그에 따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며 “한·미가 최소한 두 사안을 병행해 논의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고는 대화를 재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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