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피의자, 정치권은 탄핵 추진 등 ‘공백’ 현실화
김준형 교수 “권력 공백이 큰 장애물…조기 대선이 대안”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범죄 피의자로 특정되고 정치권에서 탄핵안이 본격 추진되면서 우려했던 ‘외교공백’ 사태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국정운영 기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무모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어 한국 외교는 선장 없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고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것이어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송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흔들림 없는 국정’을 강조하면서 일본이 다음달 중순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이 참석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박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불가능해진다.
더 큰 문제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내년 1월20일 공식출범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미 동맹, 북핵, 통상 문제 등 국가적 사안을 조율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든 안되든 역할을 할 수 없는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을 상대로 진지하고 능동적 외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2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한국 관련 정책이 굳어지기 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방위비 분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조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등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데 지금은 이런 것을 추진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정부가 외교 불능상태에 빠진 것은 국가적으로 커다란 불행이자 위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교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정책연구원이 21일 개최한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과 한반도정책 전망’ 토론회에서 “지금이 한국 외교의 골든타임”이라며 “한국의 권력공백 상태가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예고 하야와 조기 대선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