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레드라인’ 넘지 않으려는 남·북·미

2017.05.15 22:47 입력 2017.05.15 23:25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북 “중장거리 화성-12” 표현…한·미 “신형 IRBM” 분석

일본은 “ICBM급 추정”…아베판 ‘북풍’ 정치적 활용

북한이 14일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5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는 위력이 강한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새형의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의 전술 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이) 최대정점 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해 거리 787㎞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북한과 일본은 ‘화성-12’의 사거리와 성능을 놓고 ‘동상이몽’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화성-12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판단하느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그 전략적 의미 및 미국의 대응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당국은 15일 “(북한) 미사일의 비행이 ICBM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초기 분석 결과를 유지했다. ICBM의 낙하 최고속도인 마하 24에 미치지 못하고, ICBM에 요구되는 탄두의 대기권 진입 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비행거리는 탄두 중량이 500㎏인 경우 4000~5000㎞로, 원산에서 미 알래스카까지의 거리인 5000㎞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도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미사일을 ICBM으로 간주할 경우 미국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군사적 타격의 경고선(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은 전날 “미사일 고도가 20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ICBM급임을 강력 시사했다. 일부 항공 전문가들도 고각으로 발사한 북한 미사일의 최고고도가 2000㎞ 이상이면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 5500㎞를 넘는 ICBM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을 부각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평화헌법 개정을 포함한 국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 등의 주장으로 화성-12호가 핵공격이 가능한 ICBM급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화성-12호를 중장거리탄도탄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에 ‘중장거리 탄도로케트’란 단어는 없다. 1000~5000㎞면 중거리, 5000㎞ 이상에는 ‘먼거리 탄도로케트’로 부른다. 이는 북한이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며 ICBM 발사에 대한 미국의 경고선을 넘지 않으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ICBM처럼 보이기도 하고, IRBM 같아 보이기도 하는 ‘같기도’ 미사일을 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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