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단장과 10분 면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방중한 한국 정부 대표단장과 회동을 가졌다. 짧은 만남이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중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 단장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주중대사관에서 베이징 특파원들과 만나 “전날 늦은 저녁에 시진핑 주석과 별도로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가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이념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시 주석과) 공통점도 많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14일 저녁 환영 만찬에 앞서 중국 측으로부터 시 주석 면담을 통보받았고 만찬이 끝난 뒤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10분 정도 만났다.
이날 면담에서 사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단장은 “문 대통령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개인에 대한 신뢰가 과거 정부와는 다른 인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한·중관계는 고도로 중시돼야 하며 한·중관계 발전은 양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 평화에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터키·필리핀·이탈리아 등 29개국 정상과 200명에 가까운 부총리·각료급 인사가 참석했다. 그중에는 시 주석과 만나지 못한 정상급들도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한국 대표단과 따로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포럼에 한국을 배제하는 모양새였으나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표단 파견을 요청했고, 개막 이틀 전 참석을 최종 결정했다.
15일 오전 한국 대표단과 오찬 회동을 한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시 주석과의 면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비록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중국 측이 중·한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양국 간 갈등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고, “문 대통령이 집권 기간 중·한관계가 건강하고 안정되게 발전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이날 저녁에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도 만나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중관계는 한한령(限韓令)과 중국인 한국 관광 금지 등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한동안 경색돼왔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 특사로 내정된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 중국을 방문하면 사드와 북핵 문제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도 이해찬 특사 방중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환구시보는 “한국이 전직 총리를 중국 특사로 보낸다”며 “얼어붙은 중·한관계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한국이 특사로 중요 인물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