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간다’는 김정은

2017.05.15 22:31 입력 2017.05.15 23:11 수정
이지선 기자

미엔 미사일 시위·남엔 합의 이행 촉구

문 정부, 대화 문 열렸지만 당분간 국제공조에 치중

‘갈 길 간다’는 김정은

북한이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 정책 천명과 햇볕정책 계승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등 대외 환경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과의 협상에 앞서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시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미사일 발사를 통한 메시지가 미국을 향한 것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남한을 향해서는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유지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 14일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사실을 15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전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사진)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어나가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는 현실”을 미국이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이번 발사가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도 상응한 보복 수단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미국은 그 기회에 조선(북한)의 탄도로켓들이 미국에 실지로 위협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을 속 시원히 보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향후 대화 국면이 열렸을 때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주중 북한대사관 기자회견과 노동신문 등을 통해 이번 발사가 미국을 향한 것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의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라는 대북 정책 기조가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베이징 대사관에 일부 외신을 불러 기자회견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남북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핵무기 고도화 조치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에 대처해 병진 노선을 관철하는 과정을 거치는 정상적인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에서도 “우리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운명과 관련하여 미국과 회계할(셈할) 것이 많다”며 “그것은 우리와 미국 사이에 논할 문제로서 괴뢰들이 끼어들 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떠보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북한 입장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체적인 기조가 흔들리진 않더라도 당분간은 추가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국제공조 분위기 조성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단독으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미, 한·중, 한·미·중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북한을 억제할 구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적 규범에 따라 제재에 동참하면서 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대북접촉을 넓혀나가는 식으로 남북관계가 빗장을 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 대북 강경기조로 방향을 선회하거나 지금보다 강도 높은 국제사회 내지는 미국의 대북 제재가 도출될 경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북정책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공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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