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SLBM에는 사드도 '속수무책’···핵투발 수단 다변화 과시

2022.05.08 15:10 입력 2022.05.08 15:16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연합뉴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사흘을 앞둔 지난 7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의 고래급 잠수함(북한은 ‘8·24영웅함’으로 명명)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이 포착한 SLBM의 비행거리는 약 600㎞, 고도는 60여㎞로 탐지됐다.

지난해 10월 19일 첫 SLBM 발사 당시 ‘수중 발사 성공’을 과시했던 북한이 7개월 만에 다시 SLBM을 발사한 것은 군사적·정치적 의도 등 다목적 포석 차원이다. SLBM이 기습 공격용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선제공격’ 능력 강화를 예고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경고성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먼저 나온다. 또 이달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등을 겨냥한 대남·대미 압박 차원이란 성격도 있다.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는 지난달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제 핵공격 가능성 시사 이후 북한이 핵투발 수단 다변화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발사한 SL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탄도미사일을 수중 발사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미사일이 종말 단계에서 ‘풀업’(하강 단계에서 상승) 기동을 할 경우 패트리엇(PAC-3) 요격 미사일 등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역시 레이더 시야(120도) 밖인 한반도 동남방 해상에서 SLBM이 날아올 경우 속수무책이다.

핵탄두 소형화는 북한이 10년 넘게 심혈을 기울인 ‘게임체인저’이다. 북이 소형 전술 핵탄두 실험까지 성공하면 남한과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모든 무기 플랫폼은 핵 투발 수단으로 진화하게 된다. SLBM은 물론 KN-23과 함께 ‘대남 타격 3종 무기’로 불리는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에도 전술핵무기가 탑재될 수 있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 배치 역시 가능해진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우선적으로 지난달 16일 시험발사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지난 7일 발사한 소형 SLBM에 전술핵 탑재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7차 소형 핵탄두 실험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실시할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예측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무게 400∼500㎏가량 되는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경량 핵탄두 제작을 마무리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당국이 파악한 소형 핵탄두의 직경은 60㎝ 미만 수준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정상회담까지 당분간 북한의 전략 도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당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10일) 직후나 한·미정상회담(21일)에 맞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연속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면 핵이 없는 남한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더욱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한국 정부가 추구해온 재래식 무기에 기반한 ‘압도적 군사적 우위’ 역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는 공염불에 불과하게 될 전망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