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사랑하십니까?

2010.06.01 18:28 입력 2010.06.02 02:45 수정
윤평중 | 한신대 교수

6월 2일 선택이 중요한 이유

시장·도지사·교육감은 ‘소통령’… 잘못 뽑으면 우리 동네·삶 파괴

정책·재산·병역·납세 잘 살펴야

[자문위원 기고]당신의 삶을 사랑하십니까?

당신은 우리나라를 사랑하십니까?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시민임에 자부심을 느끼시나요?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도 힘든데 웬 애국심 타령인지 짜증이 나실 수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를 악용하려는 세력이 애국주의를 말하기 때문에 의심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국가를 사랑한다는 건 공소(空疏)한 구호에 그칠 때가 많습니다. 나라의 실체를 실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축구 같은 국가대항전에서나 간접 체험하는 정도이지요. 그러나 스포츠 축제의 흥분은 밀물처럼 왔다 썰물같이 사라집니다. 카타르시스 외에는 남는 게 그리 많지 않지요. 우리는 외국에 나가야 한국이라는 나라를 체감하곤 합니다. 보통사람이 국내에서 일상을 살아갈 때 애국의 느낌을 경험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인 것입니다.

그러나 애국심에는 분명한 기초적 실체가 있습니다. 국가를 사랑한다는 건 모호하기 짝이 없지만 내가 사는 ‘우리 동네’에 대한 애정은 생생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우리 가족이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면서 걷는 길과 산, 자주 가는 단골 식당과 가게, 세상사 시름을 잊게 하는 극장과 주점, 책 향기 가득한 책방과 도서관, 가끔 만나도 항상 반가운 오래된 친구와 친지들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 동네입니다.

우리 동네와 우리 집은 행정구역상의 물리적 기표가 아닙니다. 우리 가족이 살아온 흔적이 어려 있고 내 삶의 의미가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면 초라한 고향일지라도 태어나 자란 곳이 영원한 마음의 거처인 근원적 이유입니다. 비록 고대광실이 아닐지언정 우리 집이라는 말의 느낌이 그리도 살가운 것은 그곳이 바로 충만한 의미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이동성이 높은 오늘날에도 인생의 근본적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뉴타운 정책을 비롯한 대대적 도시재개발 시책은 삶의 기본을 위협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결국 인간은 삶의 중요한 시기를 ‘각자 속한 우리 동네’에서 살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건 무엇을 뜻할까요? 애국심에 만약 실체가 있다면, 그건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다는 겁니다. 인류애를 설파하는 사람이 막상 주변의 가까운 이웃들에게 냉담하다면 그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나라를 사랑한다면서 동네일에는 무관심한 사람을 믿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지요. 이는 지역주의로의 퇴행이 아니라 삶의 근본에 관한 사실을 가리킬 뿐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 그리고 여기’는 우리네 삶의 진실이 시작하고 끝나는 ‘의미의 공간’인 것입니다.

지방선거는 그런 의미의 공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교육감과 교육의원은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을 좌우합니다. 도지사, 시장, 구청장, 군수는 해당 지역의 예산권, 인사권, 인허가권을 장악한 소통령에 가깝습니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결국 이들을 잘못 뽑으면 소중한 우리 동네가 파괴됩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우리네 삶의 기본을 허물어뜨리는 셈입니다. 지방선거에 불참하면서 우리 동네와 우리나라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어불성설인 이유입니다.

한꺼번에 8표를 행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학습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오늘 30분만 시간을 내서 각 가정에 우송된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를 꼼꼼히 보시기 바랍니다. 또는 인터넷주소 http://vote.d2w.kr에서 당신이 거주하는 동네 이름을 입력하면 후보자의 이력이 나옵니다. 후보자들의 정책을 살펴보시고 재산, 병역, 납세, 전과기록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은 정말 우리나라를 사랑하십니까? 여러분은 진정 대한민국의 시민이세요? 그렇다면 오늘, ‘각자의 우리 동네’ 투표소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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