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0대 철근공 송기옥씨

2012.11.01 22:20 입력 2012.11.01 23:56 수정
이서화 기자

“하루벌어 사는 건설노동자들, 누가 일당 포기하며 투표하나”

경기 광주시에 사는 송기옥씨(57·사진)는 베테랑 철근공이다. 37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골조작업을 했다.

그는 매일 오전 5시 옷깃을 여미고 집을 나선다. 인력시장에 5시30분까지는 가야 일거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는 시간은 보통 오후 5~6시. 집에 돌아오면 6시가 훌쩍 넘는다.

송씨는 1일 “건설노동자들은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투표하고 싶다”](1) 50대 철근공 송기옥씨

그는 “나라의 지도자가 잘한다, 못한다 비판을 하려면 꼭 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3분의 1 정도밖에 투표 참여를 못했다”고 말했다.

송씨에겐 휴일이 따로 없다. 눈비가 내리거나 자재가 준비 안돼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면 그날이 곧 휴일이다. 일년 365일 중 일할 수 있는 날은 180~200일 정도. 일당은 15만원 받지만 한 달 소득은 200만원이 채 못 된다.

그래서 더더욱 투표와 일당을 저울질하게 된다.

송씨는 “아침 일찍 나와 하루 종일 일하는데 어떻게 오후 6시까지 투표를 하느냐”고 했다. 그는 “투표 종료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한 것은 건설노동자는 이 나라 국민도 아니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법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 현대건설 출신인 이 대통령이 건설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년은 송씨가 기대했던 것과 딴판이었다. 그래도 송씨는 올 12월 18대 대선에서도 일당을 포기하고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송씨는 “하루 일당을 포기하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건설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5년 동안 나라를 아무한테나 맡길 순 없다는 생각에 투표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건설노동자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며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농땡이를 부려도 티가 안 나지만 현장 노동자는 그게 다 티가 나고 금방 잘린다”고 말했다.

1남1녀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건설노동자 중 자기 집 있는 사람들을 보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도 집을 장만하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했다. 송씨는 “건설회사나 원청사의 수주가격은 올랐는데 건설노동자 일당은 20년 전과 별반 다를 바 없어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번에 새롭게 뽑을 대통령이 우리 같은 서민들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 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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