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분노의 목소리 “우리는 ‘봉’…이번 대선엔 반짝 관심조차 없어”

2012.11.01 22:20 입력 2012.11.01 23:56 수정

농업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물가정책에만 맞춰져 있어

쌀농사 포기 속출하는데 대선주자들은 대체 뭘 하나

1일 오후 찾은 국내 최대 곡창지대의 하나인 전북 김제평야는 인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스산했다. 가까스로 만난 농민 김복성씨(67)에게 “이번 대통령 선거는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삭풍 같았다. 그는 “선거철만 되면 농민들에게 반짝이라도 관심을 보이더니 이번엔 그런 관심조차 없다”며 “농민이 ‘봉’이 된 세상인데 선거에 무슨 관심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추수가 한창인 농촌이지만 농민들에게 올가을은 혹독하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 연이은 태풍으로 농민들 가슴은 무너져내렸다.

경북 고령군 운수면의 한 정미소에서 벼를 도정하고 있던 이철수씨(46)는 “정부의 ‘살농(殺農)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 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농업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그저 소비자 물가정책에 맞춰져 있을 뿐”이라며 “어떤 후보도 획기적인 대책이나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 쌀 재배 명인인 최정호씨(58·강원 철원군)는 “소득 저하로 쌀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식량안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선 후보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미리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위기감도 높았다.

전남 무안군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김원성씨(56)는 “쌀농사마저 버림받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 중국산 마늘, 감자, 당근, 양파 등이 들어온다면 한국 농업은 완전 붕괴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안정된 식량 확보와 생산비 보장을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를 도입하기로 민주통합당과 합의했는데 이번 대선 공약엔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과 야당 후보 누구도 농촌 살리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며 “결국 농촌은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광석 전농 의장은 “대선 후보들은 한·중 FTA 입장을 명확히 밝힌 뒤 표를 달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환 전농 강원도연맹의장은 “대선이 목전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각 후보 측이 농업 의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많은 농민들이 실망하고 있다”며 “실망이 지속되다 보면 곧 분노로 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업의 위기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체 인구에 비해 농민의 비중이 낮다고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다 보면 농업 붕괴로 인한 국가적 위기가 초래되는 만큼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마땅히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농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지만, 대선 후보 중 누구 하나 관심을 갖는 이는 없다. 지난달 30일 한·중 FTA 반대시위를 벌였던 농민들은 오는 7일에는 농축산물 청와대 반납시위를, 27일엔 쌀 반납시위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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