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도 첫 “선거 혁명”… 지역주의 붕괴 신호탄인가

2014.07.31 22:05 입력 2014.07.31 22:58 수정

새누리, ‘야당 안방’ 순천·곡성 당선이 던진 화두

DJ부터 끊임없는 도전… “개인 이정현 승리” 시각도

전문가들 “지역구도 깨려면 중·대선거구 도입해야”

영호남 지역주의 붕괴의 신호탄인가, 또 한번의 ‘반짝 균열’인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7·30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 승리가 한국 정치사에 던진 화두다. 영남권에서 몇 차례 지역구도를 뒤엎고 호남에 뿌리를 둔 현 야당 출신이 당선되긴 했지만, 호남권에서 보수당 출신이 당선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선거 혁명’으로 치켜세운다. 반면 예산폭탄론에 기댄 이 후보 ‘개인기’로 한계를 짓는 분석도 있다.

■ DJ부터 김부겸까지…도전사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공고화된 지역주의에 처음으로 ‘화합의 제스처’를 보낸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영남권에 자원을 투자하는 이른바 ‘동진(東進) 정책’을 폈다.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 이후 격앙된 영남 민심을 달래고, 집권 기반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단기적 성과는 미미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영남은 한나라당이, 호남은 새천년민주당이 여전히 독식했다. 영남 출신으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는 고향인 울진·봉화에서 출마했지만 근소한 차로 낙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남 출신 호남당 의원’으로 야권 불모지 도전을 반복하며 입지를 쌓았다. 1992년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 출사표를 냈다가 낙선했고, 1995년엔 부산시장에서 떨어졌다. 1998년 보선으로 서울 종로구 15대 의원이 됐지만, 16대 총선에선 비교적 수월한 지역구를 포기한 채 다시 부산에서 출마해 낙선했다. 이 과정에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개인의 승리’와 ‘의미 있는 패배’들은 있었지만 지역구도를 크게 뛰어넘는 정치적 경험은 드물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영남권에서 4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19대에서도 부산 조경태, 문재인 의원 등이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간판으로 새누리당 후보를 제쳤다. 문 의원은 단숨에 대권주자로 부상해 지난 대선 부산에서 약 40%의 표를 흡수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 심장’인 대구의 문을 두드리는 후보도 생겼다. 김부겸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19대 총선 대구 수성갑 출마에 이어 지난 6·4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해 득표율 40%를 넘기며 석패를 기록했다.

■ 의미·잠재력 크지만 한계 있어

이 의원의 당선이 지역주의 균열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향후 호남의 다른 지역에 ‘학습효과’를 줄 수 있고, 영남 지역에도 지역구도 타파의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첫 보수당 출신 호남 의원 당선을 곧바로 ‘지역주의 균열’로 연결하는 데 신중했다. 전국 단위 선거가 아닌 보선이라는 한계와 야당의 무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의 전략 없는 선거와 그 틈새를 파고든 이정현 의원의 지역개발 전략의 승리”라며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은 있는데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주의 타파에 크게 도움은 안될 것”이라며 “이정현 개인을 용인한 것으로 재생산구조가 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지역구도의 근본적 청산을 위해선 현행 소선거구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승자독식인 소선거구제에선 소수 세력의 의회 진입이 굉장히 어려워서 비례대표 확대나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이해관계를 떠나 여야가 차차기 정도 적용을 목표로 하면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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