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결렬’ 3일 만에 유턴, 왜
“지지자들 지지 철회도 영향”
선거비용 보전도 고려했을 듯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사진)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3일 만에 제3의 길에서 내려오게 된 것은 정권교체 여론, 박스권 지지율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단일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난 27일 단일화 결렬 이후 어떤 점이 변한 것이냐’는 질문에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몸을 던진 사람이다.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대의를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윤 후보와 손을 잡은 배경에는 정권교체 여론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패했을 때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론을 전부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던 듯하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후보가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할 때만 해도 완주 의지가 컸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없었다면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후보는 안 후보와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안 후보 지지자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등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양보하는 이미지를 구축해 향후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는 시각도 많다. 안 후보는 입각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안 후보는 “의원으로 입법활동을 했지만 그걸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인 업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각’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능성들이 있다”며 여지를 뒀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공동정부 국무총리를 맡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도 “당선되면 한 분(윤 후보)은 대통령이 되는 거고, 다른 한 분(안 후보)은 총리가 될지 아니면 다른 영역이 될지 ‘윈윈’되는 방법을 논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 대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도 안 후보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철수 정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며 물러났다. 완주를 강조하고 “내가 왜 그 사람 뽑았나 손가락 자르고 싶다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라며 양당 정치를 비판하다가 급선회한 것도 입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 게시판엔 “실망스럽다”며 탈당을 선언하는 등 지지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단일화 기자회견 직후 선대위 회의를 소집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따르기 위해, 완주해서 더 나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는 부분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이 대목에서 감정에 북받친 듯 울컥했다고 전해졌다. 안 후보는 당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정권교체 대의에 함께해야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를 이룰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