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국민의힘·녹색정의당이 접점 찾을 수 있는 사안···상설 기후특위 설치해야”

2024.03.11 16:11 입력 2024.03.11 22:29 수정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왼쪽)과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왼쪽)과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보수 정당은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이 없다.” “기후위기 대응은 진보정당이나 주장하는 문제다.”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그동안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보수 정당에선 기후위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개별적으로 관심이 있는 정치인이 있다 해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4·10 총선에선 이런 이분법적 구도에 조금씩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이 기후 공약을 내걸고, 기후변화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로 인해 진보정당이 내걸어야 하는 기후·환경 공약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7일 경향신문에서 대담을 가진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과 허승규 녹색정의당 부대표는 반목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기후위기야말로 여야,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접점을 찾아낼 수 있는 의제라는 것에 공감을 표시했다. 차이점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류 공통의 위기 앞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기후 인재로 국민의힘에 영입된 김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센터에서 2010년부터 활동해온 대표적인 민간 기후변화 전문가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기후공약 입안에도 참여했다. 경북 안동 지역에서 녹색당 활동을 해온 허 부대표는 2018년과 2022년 녹색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해 20% 가까운 높은 득표율을 올렸던 인물이다. 김 총장과 허 부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이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와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이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와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기후정치인으로서 이번 총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말해달라.

김 사무총장(이하 김소희) : 과거에 기후위기 대응은 (보수정당에 있어서) 규제로만 인식됐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가 단순히 환경 문제일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됐다. 따라서 기후를 핵심 어젠다로 보는 관점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힘이 나를 영입한 것에는 기후정치를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표를 얼마 더 받는다보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책임지려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초당적인 이슈임에도 그동안 여러 정당들의 대응이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기도 하다.

허 부대표(이하 허승규) : 기후 재난으로 시민들 희생이 커지고 있는데 정치권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발전소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에 대해 당장의 대책이 없는 것이다. 특히 22대 국회의 임기인 2024년에서 2028년까지가 기후위기 해결의 골든타임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총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는 차이가 큰 두 정당에 소속돼 있다. 기후 공약에서도 차이가 크다고 보는지 얘기해 달라.

허승규 : 국민의힘이 그동안 기후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총선에서 김 총장을 기후 인재로 영입하고, 기후대응기금을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공약을 발표한 것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약한 내용을 앞으로 실천할지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희 : 이번 기후공약을 마련하면서 기후대응기금을 2배보다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었다. 기후 대응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약 가운데서도 공을 들인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추산과정에서 2배보다 더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하게 됐다. 집권 여당으로서 무작정 지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기 위해 집중했다.

허승규 : 이번에 국민의힘이 공약에 포함시킨 국회 내 상설 기후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이전부터 상설 기후 특위 구성을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이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의향이 있는 사안이다. 기후정치는 이처럼 세력화와 제도화가 함께 가야 하는 문제다. 기후위기라는 국가적인 과제 해결은 현재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나 환경부만으로는 어렵고, 기후위기 대응 관점으로 모든 국정 과제를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가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가칭 기후재정부로 전환하는 등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가진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김소희 : 현재의 환경부만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국민의힘에서 공약한 상설 기후특위를 만들면 여러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이 들어와서 얘기를 들으면서,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국회에서, 정치에서 기후위기 문제가 주류화될 수 있을 것이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과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과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상설기후특위 외에도 양당 공약 가운데 국회에 입성하면 협력해서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이 있나.

허승규 : 다양한 사회 문제들 가운데서도 특히 기후는 여러 정당들이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고,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의제다. 국민의힘을 포함해 모든 정당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기후 정책으로 ‘교통기본법 제정’이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공항 건설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역에 더 필요한 것은 공항이 아니라 농촌과 도심을 연결하는 버스다. 지역의 교통불평등 해소를 위한 중앙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교통기본법 제정은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 위기 모두에 보탬이 된다.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과거 국회의원 시절 교통기본법을 발의한 적이 있는 것처럼 이런 정책은 영남의 국민의힘, 호남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도 환영하리라 생각한다.

김소희 :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약에 두 가지 틀이 있는데 하나는 격차 해소이고, 하나는 미래 준비다. (교통기본법처럼) 지역 격차를 해결하는 공약들은 격차 해소인 동시에 기후공약으로서 미래 준비이기도 한 것 같다. 기후특위가 상설화되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들어오게 될 텐데, 지역의 교통 문제역시 기후문제라는 걸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이런 게 상설적으로 논의되는 자리가 없었다.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왼쪽)과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왼쪽)과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가 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기후정치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기후위기 대응에서 두 당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원전, 재생에너지 분야다.

허승규 : 이번 정부 들어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했고, 특히 태양광을 많이 축소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지난 정권이 했으니까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국민의힘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확대에 대해 같이 해야할 것이고, 거기에 김 총장님이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김소희 : 국민의힘이 재생에너지를 줄이려 하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정책에너지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이전 정부에서는 태양광이 정책에너지로서 많은 지원을 받은 것에 비해 해상풍력 등은 소외됐었다. 이번에 국민의힘은 해상풍력을 활성화시키려는 공약을 제시했다. 해상풍력 계획 입지 및 인허가 간소화와 주민 피해 보상 등 내용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는)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목표를 발표한 다음 안 지킬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찾다보니 제시된 목표로 이해해 달라.

허승규 : 원전 관련해서는 두 당의 입장 차이가 큰 것이 사실이다. 녹색정의당에서는 핵발전을 기후위기 대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의 입지 선정 등에서는 사회적 갈등 비용이 클 수밖에 없는데 현재 기성 정치권은 이런 예민한 문제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김소희 : 예민할 문제일수록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 현재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비난을 받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두 에너지는 한국이 과거 50년 동안 압축적 성장을 이루는데 큰 공헌을 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특히 원자력은 탄소 감축의 과정에서는 물론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필요성이 존재한다.

허승규 : 에너지 문제를 기존 정치권은 너무 정쟁으로만 접근했던 측면이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는 것은 모든 정당이 같이 해야 하는 정책 방향이다.

총선까지 기후정치인으로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것인지 말해달라.

김소희 : 과거 보수정당에서는 경제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후 환경 문제에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선거운동 하는 다른 국힘 후보들을 도우면서 “이런 사안도 기후위기 문제이고, 저런 사안에도 다 기후 문제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설득하면서 함께 대안을 찾아갈 계획이다. 그게 기후정치인이자 비례대표 후보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허승규 : 녹색정의당은 기후위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후정치를 전면에 내걸고 시민들을 만날 것이다. 국회의원 10명이면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여러 정당을 합해서 기후정치인이 10명이 되면 기후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께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정치세력을 국회로 보내주실 수 있도록 기후정치 실현에 앞장서겠다.

경향신문·기후정치시민물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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