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전용수씨 6개월 만에 석방

2011.05.27 21:56

식량지원 타진 킹 목사 통해 ‘워싱턴에 유화 메시지’ 분석

북한이 6개월째 억류해온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씨를 석방하기로 했다. 대북 식량지원을 타진하러 온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통해 워싱턴에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 길에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 뒤 귀국 직후 나온 첫 조치여서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조선을 방문한 킹 특사가 미국 정부를 대표해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며 전씨의 석방 배경을 설명했다. 또 “앞서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도 관대하게 용서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을 고려해 전용수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석방해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전용수가 공화국을 반대하는 엄중한 범죄행위를 감행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본인도 솔직히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체포돼 6개월간 억류돼온 전씨는 60대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을 오가는 사업을 하며 기독교 선교활동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한 범죄’는 곧 선교활동으로 추정된다.

전씨는 2009년 억류된 두 미국인 여기자와 지난해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곰즈와 달리 재판 없이 석방이 결정됐다. 이들이 각각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후 석방됐듯, 전씨도 킹 특사의 귀국길에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전격적인 전씨 석방 결정은 최근 북·미관계 움직임이나 김 위원장 방중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미 국무부가 킹 특사의 북한 식량사정 평가를 토대로 식량지원을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져 이번 석방은 우호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킹 특사를 파견하고 북측이 전씨 석방으로 ‘호응’하면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받은 것이다. 억류자 석방과 식량지원은 ‘인도주의적 문제’인 까닭에 서로 맞바꾸는 모습도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 측에 식량지원 결단을 촉구하면서 대북 유화책 전환의 디딤돌을 깔아준 셈이다.

또 전씨의 석방 결정은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강조하고 귀국한 날에 이뤄진 점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측의 ‘비핵화 진정성’을 내보이기 위해 구체적인 이행조치를 할 뜻을 미국에 특사 형식으로 전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다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 없이는 대화든, 식량지원이든 어렵다”는 한국 정부의 태도와 맞물려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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