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3년

(3) 경제- 시장 확대로 주민생활 다소 개선했지만 ‘무역 경색’으로 재정 악화

2014.12.16 22:13 입력 2014.12.16 22:57 수정

사회주의 계획경제 핵심인 ‘배급제’ 유명무실

내년 신흥부자 ‘돈주’ 투자 늘고 경협 재개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2년 전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경제강국’ 건설을 역설하며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3년이 된 지금 북한은 ‘시장’의 부분적 허용과 제한적인 경제개혁 조치로 주민생활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민들 허리띠 상황’은 다소 개선했지만 지역·계층 간 격차는 심화되고 당국의 재원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가 두유와 분유 등을 생산하는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 제1비서는 “공장 생산을 단 한순간도 멈춰서는 안된다”며 어린이들을 위한 두유 증산을 독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가 두유와 분유 등을 생산하는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 제1비서는 “공장 생산을 단 한순간도 멈춰서는 안된다”며 어린이들을 위한 두유 증산을 독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시장은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인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만 해도 주변적 존재였지만, 이제는 북한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장마당으로 불리는 종합시장은 전국적으로 400여개에 달하고, 시장에서 소득 취득도와 생필품 구매도는 2012년 이후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2011년 이후 연평균 1.1% 정도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장 확대의 결과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 지속, 남북관계 경색 등의 여건 속에서 주민 생존 차원의 시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반면, 사회주의 계획경제 핵심인 배급제는 형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화 영향으로 민간 재원은 늘었지만 남북교역이 중단되고 대북제재와 대중무역 수익이 악화되면서 당국 재원은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이 계획경제 안에 침투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배급제로 공급되던 식량·생필품이 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국가가 주도하던 건설·무역 같은 사업에 민간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2012년부터 기업소나 협동농장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화와 경제개혁 조치들이 김정은 유일지배체제 확립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북한의 고민거리다.

[‘김정은 체제’ 3년](3) 경제- 시장 확대로 주민생활 다소 개선했지만 ‘무역 경색’으로 재정 악화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발표에서 “북한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시장에 생존을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당의 대주민 장악과 통제, 공안의 감시기능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외부의 대규모 투자다. 국내적 ‘리소스(재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재원이 투입되지 않으면 근본적 개선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자를 유치하려면 외국인 투자자 보호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곧 북한 경제의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적극 나서기 어렵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13개 경제개발구를, 올해 6월에는 평양과 평안남·북도 일대에 특구 6곳을 추가 결정해 발표했으나 높은 투자 위험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내년에는 북한의 신흥부자인 ‘돈주’들이 주택·사금융·서비스 등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서 시장화의 급속한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경협을 재개하고 러시아·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문제와 5·24 조치 등 근본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북한의 경제협력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실질적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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