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이어 시진핑 만난 ‘광폭 외교’…목표는 대미 협상력

2018.06.19 22:03 입력 2018.06.19 23:24 수정

북·미 회담 실패 염두, 핵 포기 안전판으로 활용 의도

‘친미 전환’ 우려 불식…중국 역시 북한과의 밀착 중요

<b>베이징 전광판에 등장한 두 정상</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장면이 베이징 시내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나가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베이징 전광판에 등장한 두 정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장면이 베이징 시내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나가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첫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공식 방문했다. 집권 이후 6년간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없는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가 전략노선 변경을 선언한 이후 주변 강국들과 숨가쁜 정상외교를 펴고 있다. 중국 방문만 해도 최근 석 달 사이에 이번이 3번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자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19일부터 2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면서 “이번 방문이 북·중관계를 한층 심화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불과 25일 동안 한국과 미국, 중국 정상과 연쇄 회담을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등 조만간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광폭 정상외교’라고 할 만하다.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요한 고비마다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처음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2차 방북 하루 전 중국 다롄을 방문해 또다시 시 주석과 회담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국과의 본격적인 ‘비핵화-체제안전 보장 조치 교환’에 앞서 다시 중국을 찾았다.

김 위원장의 잦은 중국 방문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중국과 사안마다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북·미대화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에 대비해 ‘퇴로’를 확보하고 대미 협상용 지렛대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북·중관계 강화가 북한에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이 부분에서는 북한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과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중국 도착과 동시에 ‘공식 중국 방문’ 소식이 공개된 것도 이 같은 대미 메시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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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친중 행보는 대미 협상용 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에는 생명줄과 같은 핵을 내주는 협상이기 때문에 북·미 협상에 올인하지 않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그중에 가장 튼튼한 안전장치는 북·중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미국과 대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친미화’를 우려하는 중국을 안심시키고 중국을 계속 옆에 붙잡아두기 위한 ‘헤징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를 활용해 북·미대화에서 중국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북한과 밀착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동북아시아의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북한 외교도 한국처럼 남북관계와 중국, 미국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중층적인 고차방정식을 푸는 과정”이라며 “북·미대화가 진행되고 행동적 조치가 구체화될수록 북·중 협의도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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