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폭탄’ 넘어 행동 나선 북…군사 도발까지 이어질까

2020.06.09 20:37 입력 2020.06.09 22:44 수정

노동신문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는 첫 단계의 행동”

후속 조치 예고, 대북전단 빌미로 대남 공세 본격화

경제난 심화 따른 책임 전가와 내부 결속 의도 분석

<b>남측 바라보는 북한 초소병</b>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채널을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보이는 북한 초소에서 북한군이 남측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 | 연합뉴스

남측 바라보는 북한 초소병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채널을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보이는 북한 초소에서 북한군이 남측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 | 연합뉴스

북한이 9일 남북 간 연락채널을 전면 차단하며 대남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와 이를 방치한 남측 정부를 ‘말’로 비난해온 것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된 가운데 제재와 코로나19로 내부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했던 경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책임 전가와 내부 결속을 위해 남측과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연락채널 차단에 이은 ‘후속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9·19 군사합의 파기에 나설 경우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도 “최고존엄을 건드리며 우리 인민의 정신적 핵을 우롱했다”며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전단 살포는 최고지도자와 인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적대행위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전단은 북한이 남측에 불만을 표출하는 대외 명분일 뿐 궁극적으로는 9·19 군사합의 파기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군사행동에 나서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오전 9시와 낮 12시에 진행된 남북연락사무소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양측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 전화도 불통이었다. 노동신문은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경고한 대로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남업무를 ‘대적사업’으로 규정했다. 신문은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에 상응한 적대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는 남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대행위에는 전단 살포도 포함된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 남측 정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몰아세우며 합의 파기를 선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접경지역이나 서해 해상에서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지난 5일 담화에서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 태도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미국의 태도 변화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남측이 역할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북한 내부 사정이 드러난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있다. 북·미 협상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로 경제난이 심화되자 정책 오류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 지우고 주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남 관계 전면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김 위원장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그만큼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국면 전환의 기회를 만들어보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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