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외교정책 고문 흑인여성 라이스

2000.08.01 23:25

‘부시의 키신저’ 미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 첫날 연사중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면서 단연 눈길을 끈 흑인여성이 있다. 부시후보의 외교정책 담당고문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45세). 그녀가 80가 백인이고 60가 남성인 대의원들 앞에서 강한 미국을 역설하며 냉전적 시각의 강경 대외정책을 발표했을 때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정도로 알았던 대의원들도 다시 주목했다.

이날 공화당이 올가을 대선을 겨냥에 대외및 국방정책으로 채택한 한반도 침략저지 재확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확대 구축,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취급, 북한·쿠바·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에 대한 강경대응 등은 대부분 그녀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부시후보의 국방및 대외정책은 그녀의 손안에서 요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이스는 지난 98년 부터 일주일에 2번씩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외교정책에 대한 가정교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부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막강한 외교팀을 가지고 있지만 워낙 국제정세에 무지한데다 복잡한 서류읽기를 싫어해 라이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부시는 “콘돌리자는 외교정책을 내가 이해할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고 말하곤 했다. 시에라리온에 대한 원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부시의 견해를 알아보려는 주변인사에게 그는 “콘디(콘돌리자의 애칭)에게 전화해서 그녀의 생각을 물어보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남부 앨라배마 노예가계에서 태어난 라이스는 극우단체 KKK단의 폭탄테러로 친구를 잃어버리는 충격을 겪기도 했다. 덴버대학에서 전 체코 외교관이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아버지인 조지프 코벨 교수밑에서 러시아 역사를 전공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카터 행정부의 대응에 실망, 민주당원에서 공화당원으로 당적을 바꿨다. 93년 스탠퍼드대에서 최연소이자 첫 여성, 소수인종출신 학장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동구권·소련담당 보좌관으로 군축협상에 가담했으며 소련이 독일의 통일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데도 일조했다.

뛰어난 머리와 행정경험, 흑인, 거기에 여성. 이 모든 요소가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부시가 집권할 경우 그녀를 차기 안보담당 보좌관감 0순위로 보게하는 이유다.

〈성지영기자 eric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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