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장·박통일 ‘밀담’궁금증 증폭

2000.09.01 19:17

평양 남북 장관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밤 열차편으로 함경북도 지방으로 내려가 1일 아침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만나, 그 면담의 성사배경과 대화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면담이 남측 대표단의 귀환이 하루 늦어진 상황에서 성사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면담 성사과정=박수석대표는 31일 밤 10시50분쯤 평양에서 함경북도 동해안 지역으로 이동, 밤 늦게 도착했다. 접견장소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초에는 비행기편으로 가려 했지만 악천후로 기차를 이용하게 됐다. 31일 오후 박장관이 고려호텔에서 외출했던 것은 함경북도행 비행기편을 알아보는 한편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면담 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슨 얘기 나눴나=박수석대표의 면담 배경은 대강 두갈래다. 우선 회담이 진척되지 않자 김위원장과 직접 만나 담판짓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측은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는 우리가 거론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김위원장의 결심사항임을 밝힌 바 있어 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번 면담은 회담이 타결된 상태에서, 회담의제가 아닌 또다른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가 구체적인 조치가 아니라 포괄적인 형태로 타결된 것이 면담 전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이 가능성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군사문제가 이같이 ‘낮은 수준’으로 타결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듯하자 남한 내 여론이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또 남측 대표단이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만 만나 1차 회담때 북측 대표단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난 것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남측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강력 주장했다는 말도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수도 있다. 북한 중앙통신은 1일 면담 사실을 전하며 “이 자리에서 박수석대표는 김위원장에게 보내온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 메시지 전달 가능성을 높였다. 만약 이번 면담이 군사분야에 대한 김위원장의 결심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민감한 분야는 합의가 불가능한 장관급회담의 한계를 노정한 것이라는 비판론도 대두된다.

〈이중근기자 harub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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