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귀환’냉전해체 출발점

2000.09.01 19:31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은 민족동질성 회복과 한반도의 이념적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의미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세기 대결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떨쳐내고 21세기 화합과 협력의 새로운 남북관계 패러다임을 형성하기 위한 실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한 내에서 비판여론과 우려가 적지 않고, 국군포로 및 납북자문제 처리와의 상호주의 적용에 대한 목소리도 커 자칫 남북관계에 따라 ‘위험한 도박’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수 북송은 분단과 냉전의 이념적 상처 가운데 하나를 치유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잡은 남북간 해묵은 이념적 대결구도를 인도주의의 틀 속에서 푼 것이다.

이번에 송환되는 장기수들은 해방 전후 빨치산 출신이나 사회주의 이념을 신봉하며 월북한 뒤 남파된 간첩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남한에 거주하면서도 전향을 거부한 채 ‘이방인’으로 살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송환은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또한번 민족화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남한사회가 이들을 출소시켜 비교적 자유롭게 살게 하고, 나아가 이들이 원하는 대로 북으로 돌아가도록 해준 것은 그만큼 성숙된 사회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남한사회를 수년간 경험한 이들이 북한으로 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남북간 괴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들의 송환은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처리에 돌파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남한 당국이 국내의 적지 않은 비판여론에도 불구, 송환을 허용함으로써 신뢰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당장 국군포로 및 납북자의 남한 송환은 어렵다 하더라도 생사확인이나 이산가족방문단 포함 등을 기대해봄직하다.

장기수 송환 후 북쪽의 태도가 남북관계를 가름할 수도 있다. 북쪽의 성의있는 반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장기수 송환이 육로로 이뤄짐에 따라 1993년 이인모 노인 송환때의 절차가 그대로 준용될 전망이다. 법적으로 이들의 송환은 남한 주민들의 장기적 북한방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일부 장관 명의의 북한방문 증명서를 발급받아 북한으로 가게 된다. 교류협력법은 북한 체류를 최대 3년2개월까지만 보장하고 있어 이들의 북한영주는 불법이다. 교류협력법의 보완이 불가피한 것이다.

〈조호연기자 c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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