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통일장관 밤기차 달려‘동해의 밀담’

2000.09.01 22:57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의 1일 면담은 극비리에 이뤄졌다. 취재진은 물론 남측 대표단·수행원들도 눈치채지 못한 ‘깜짝 만남’이었다.

박장관이 고려호텔을 떠난 것은 지난달 31일 밤 10시50분. 수행원인 서 훈 청와대 국장과 단 둘이서였다. 눈에 안 띄게 북측 차량을 이용, 평양역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5시쯤 전금진(全今鎭) 북측 단장과 함께 김용순(金容淳) 조선아·태평화위원장을 만나 순안공항으로 갔으나 악천후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할 수 없었다.

곧이어 김용순 위원장 일행도 평양역에 도착했다. 박장관과 김용순 위원장 일행은 기차로 밤새 달려 1일 오전 6시 목적지에 도착했다. 함경북도 동해안 지역이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박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장소로 안내됐다. 먼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뒤 면담에 들어갔다. 양쪽의 관심사가 폭넓게 거론됐다. 아침 식사도 곁들여졌다. 두 사람은 군사 긴장완화를 위한 당국간 회의와 비전향장기수 송환에 따른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 등 껄끄러운 사안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장장 3시간의 면담 후 박장관은 김용순 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다시 열차편으로 평양에 돌아왔다. 고려호텔로 돌아온 박장관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을 자청해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회견내내 박장관의 얼굴은 몹시 밝았다.

박장관 도착 후 남북 대표단은 다시 합의문안 재조정에 들어갔다. 군사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 등 면담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중근기자 harub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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