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개 부실대기업’ 포함 진통

2000.11.01 19:17

3일로 예정된 은행경영평가 및 부실기업 판정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살생부’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은행의 경우 경영평가위원회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독자회생할 곳과 정부에 ‘운명’을 맡겨야 할 은행이 보다 확실해지고 있다.

부실기업은 완전 퇴출(청산)될 곳이 30개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덩치 큰 기업도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살생부’ 발표 이틀을 남기고 아직도 생사가 결정되지 않은 기업도 상당수 있다.

◇부실은행의 운명=은행 경평위(위원장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약 한달간 조흥·외환·한빛·평화·광주·제주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심사를 벌였다. 심사 결과는 3일 금융감독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현재 한빛·평화·광주·제주 등 4개 은행은 경영개선 계획이 승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8%에 미달해 독자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게 경평위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화은행의 경우는 카드부문 매각을 경평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다. 조흥, 외환은행은 일단 독자회생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이지만 ‘조건부’ 딱지가 붙었다. 조흥은 우선 쌍용양회 등의 출자전환과 추가지원에 따른 손실만회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외환은행 역시 현대건설 처리에 따른 충당금 조달이 문제다.

◇부실기업의 운명=일단 개략적으로 퇴출될 기업과 회생할 기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10여개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협의회에서 의견 절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287개 부실 판정 대상 중 30여개는 퇴출, 20여개는 워크아웃·법정관리·매각 등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10여개 대기업의 진로에 모아진다. 이들 기업의 처리를 둘러싼 진통은 3일 판정 결과 최종 발표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단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조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기업 중 쌍용양회는 조흥은행이 회생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외자유치도 마쳐 일단 회생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쌍용정보통신이 매각될 때까지 ‘조건부 회생’시키는 방안도 채권단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중인 고합은 사업 부문이 분리돼 우량한 것만 해외에 매각되고 나머지는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길주기자 yk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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