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인터넷 사업 함께 뛴다

2000.12.01 19:06

도쿄 히비야(惠比壽)의 노동성 공제회관 회의실에서는 올 초부터 매달 한번꼴로 일본의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의 스터디모임이 열린다. 지난 10월23일 모임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네트워크 시바타 히로유키(柴田裕之) 사장과 경제신문 기자 등 모두 18명이 참석했다.

이 모임은 ‘한국 인터넷산업’을 주제로 e코퍼레이션 재팬의 염종순 사장(38)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일본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한국의 포털사이트 다음의 회원이 1천7백여만명에다 프로게임리그까지 있다는 말에 놀라움과 부러움이 섞인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들은 오후 7시부터 2시간 정도 진행된 설명회를 마치고 모두 근처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또 2시간 동안 한국의 인터넷 산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들은 e코퍼레이션 재팬 주최로 오는 7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열리는 ‘인터넷 콜럼버스’에 참가, 한국벤처산업을 둘러볼 예정이다.

‘인터넷 콜럼버스’는 염사장이 일본과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교류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 일본의 벤처캐피털사 투자 매니저들을 한국으로 초청, 테헤란밸리와 벤처업체·게임방 등을 견학시키는 행사다. 이 행사는 지난 6월25일 처음 시작했으며 대개 일본 벤처캐피털사 관계자 20여명이 한국을 찾는다. 참가비는 관광 요금의 5배쯤 되는 20만엔이다.

“일본벤처캐피털 매니저들은 한국을 모릅니다. 발전했다곤 들었지만 긴가민가해 하거든요. 그게 일본 자본의 신중함이죠. 직접 보고나서야 고개를 끄덕인 뒤 비로소 한국을 투자할 만한 인터넷사업 파트너로 인식합니다”. 염사장은 이 행사가 인터넷 사업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에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난 93년 노엘정보테크를 설립한 그는 외환위기 때 한국에 벤처 바람이 일자 오히려 일본시장에 눈을 돌렸다. 올해 e코퍼레이션닷잽(e-corporation.jp)과 네오캐스트닷잽(neocast.jp)을 설립해 본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섰다.

염사장은 인터넷분야에서 한국은 기술력, 일본은 콘텐츠에 경쟁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 3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축적한 기술이 엄청나며 솔루션과 사이트개발 기술력 중 10% 정도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 반면 일본은 게임, 애니메이션, 전통문화 등 콘텐츠와 자본력에서 세계적 수준이다. 그는 “벤처를 일으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국의 ‘빨리빨리’가 제격이고, 벤처를 본 궤도에서 운영해 나가는 데는 일본의 ‘차곡차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염사장은 일본의 인터넷 관련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특히 웹솔루션, 웹사이트 개발 등의 분야에 진출하면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콘텐츠 중심이나 이른 시일내 수익을 증명할 수 없는 사업은 일본 벤처캐피털에게 결코 매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회원을 많이 모은 포털사이트라도 수익성이 안보이면 일본 투자자들은 결코 돈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

그는 또 “처음부터 일본화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며 “최고 경영자(CEO)를 채용할 때도 일본화된 교포나 유학생 출신보다도 한국에서 고른 뒤 사업이 궤도에 올라서면 일본인을 CEO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윤성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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