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정치를 바꾸고 있다

2002.04.01 19:35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1인보스 중심의 정당문화 청산과 ‘3김정치’ 이후의 새로운 리더십 창출의 시대적 요청이 맞물리면서 공급자 중심의 정치가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정치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국민경선 등 상향식 공천과 투명한 당운영 방안을 도입, 새정치 실험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는 이같은 정치지형을 보다 확고히 다지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큰 흐름은 정당의 민주화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1일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당 통제권 포기가,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1차 내분수습책 실패가 오너체제의 붕괴를 가져왔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당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여론을 수용, 여야 모두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집단적인 위기감도 변인(變因)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25 재·보선 참패로 정당 존립 자체가 위기를 맞자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한나라당도 최근 ‘이회창 대세론’이 크게 흔들리면서 발상의 전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위기감이 역설적으로 시민참여 민주주의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민주당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시민사회의 밑바닥에 깔려 있던 정치 정상화의 욕구가 약해진 분화구를 타고 한꺼번에 터져나왔다”고 진단했다.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도 “어떤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밑바닥 민심이 정치권으로 밀고 올라온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를 폭발시키는 것은 정치적 각성을 체험한 30·40대다. 1980년대 ‘5·18’과 ‘6월항쟁’을 거친 30대와 40대는 이제 사회의 여론주도층이 됐다. 올해 양대 선거에서 30·40대 유권자는 어림잡아 47%대에 이른다. 20대를 포함하면 72%대로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거대한 세력을 형성한 것이다.

인터넷 등 정보인프라는 이들이 ‘정치세력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뉴미디어의 발달은 정치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쌍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치를 관망하던 30·40대가 정보인프라를 통해 응축한 에너지를 힘으로 해 정치변화를 추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제 ‘국민에 의한’ 정치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며 “기득권이 심하게 도전받는 상황에서 갈등은 있을 수 있으나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봉선·김민아기자 b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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