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黨 사수선언’ vs 金의장 ‘黨 독립선언’

2006.12.01 07:47

-盧대통령 ‘黨 사수선언’ 문패 지키기 집착-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열린우리당 ‘사수’를 선언했다. 이날 아침 관저에 몇몇 참모들을 모아 놓고 최근 탈당론 등에 대한 심경을 밝히는 모양새였다고 한다. 하지만 ‘탈 국내정치’ 요구와 달리 사실상 정치개입으로 비쳐져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대통령의 당 사수 선언은 무엇보다 지난 28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당적 포기’ 우려 발언이 나온 뒤 노대통령의 ‘탈당’이 기정사실화되고 여당 내부가 ‘친노’(親盧), ‘비노’(非盧) 간 분란으로 번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신당을 반대한다. 말이 신당이지 지역당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을 지킬 것”이라고 전에 없이 단호하고 선명하게 입장을 공개한 것은 그런 이유다. 노대통령이 ‘신당 반대’를 공개 천명한 것은 처음이다. 여권발 ‘통합론’에 대한 노대통령의 이같은 문제의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지난해 11월), “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어느 지역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지난 1월 연두회견) 등이 통합론에 선을 그어온 흐름이다. 지난달 천정배 전 법무장관과의 만남에서도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전당대회에서 누가 옳은지 겨뤄보자”고 했다. 그렇다고 ‘사수선언’이 탈당 카드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탈당이 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모순어법이 그런 흔적이다.

여당이 유지되고 정권재창출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탈당할 의사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전제가 ‘당의 유지’라는 점에서 탈당을 하더라도 ‘위장 탈당’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정치개입’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전날 “대통령은 정치에 전념한 일이 없다. 일관되게 당정분리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국정에 전념해 왔다”(이병완 비서실장)는 반박을 뒤엎는, 선명한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안보·경제 문제에 집중했으면 한다”(김한길 원내대표) 등 정계개편론에서 빠져달라는 여당 정서에 대한 정면 부정이기도 하다. 김원내대표는 “임기말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초당적 국정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탈당을 요구한 터다.

참여정부 창출의 모태인 분당 이전의 민주당을 사실상 ‘지역당’으로 폄훼한 것에 대한 반발도 작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민주당의 거세 비판은 물론 여권내 통합론자들의 민주통합세력 대연합 명분마저 부정한 것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여러 정황상 노대통령의 ‘당 사수 선언’은 역설적으로 당해체를 가속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지 않아 보인다.

〈김광호기자〉

-김근태의장 ‘黨 독립선언’ 국정주도권 의욕-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30일 ‘여당의 독립’을 천명했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당이 뒷받침하는 방식은 끝났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 반대’ 발언에도 “반복되는 당·정 분리 위반”(김의장측)이라는 ‘반의(反意)’가 묻어났다.

지난 26일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국정에만 전념해달라’는 비대위 결론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당·청이 나날이 엇나가고, 먹구름만 짙어지는 궤적이다.

김의장의 ‘독립 선언’은 국정 주도권 회복으로 압축됐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 (당의) 의총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결정을 뒷받침하는 그런 방식으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분명하다”며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키 위해 당을 민심수렴 창구로 인정하고 책임을 함께할 것인지 결정할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당이 ‘거수기’에 머물며 책임만 지는 무기력증을 떨치겠다는 뜻이다.

당의 독자노선은 김장수 국방장관이 참여한 의총에서 자이툰부대의 ‘내년내 철군’을 약속받으며 시작됐다. 당론대로 ‘국회에서 철군 기한을 못박는’ 쪽으로 정부를 굴복시킨 것이다.

정책 긴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불거졌다. 김의장은 당내 한·미FTA 특위,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스라엘이 요르단(생산 제품)을 인정받은 예가 있듯이 협상단은 개성공단을 국산제품으로 수용하는 부분을 양보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은 슈퍼파워 국가이기 때문에 (FTA) 규칙을 다 정한다는 국민들의 걱정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전날 한·미FTA 반대시위 농민들과 마주친 일도 전하며 “농민들의 견해가 한편으로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단은 경청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의장은 “무조건 체결하고 반대하는 식의 극단적 접근법은 곤란하다”고 전제했지만, “(여당은) 최종 협상결과에 따라 국회 비준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매듭지었다. 노대통령이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한·미 FTA 협상이 조속히 반드시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과 방점을 달리한 것이다.

최대 현안인 부동산 대책 강도에 대한 시각차도 커 당·청간 정책 파열음은 넓게 잠복해 있는 기류다.

여당의 ‘정치적 독립’도 기로에 서 있다. 김의장측은 노대통령의 ‘신당 반대-당 사수’ 언급에 대해 “내심 정기국회 뒤 탈당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당의 정치 불개입 요구에 대한 노대통령의 ‘역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핵심인사는 “대통령의 뜻이 분명해진 만큼 당도 정리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뒤 내놓을 ‘당 진로’ 등을 놓고 당·청간 격류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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