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북녘 아이들 위해 ‘사랑의 뜨개질’

2010.08.17 22:08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뜨개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어깨에 무리가 온다며 의료진이 만류해 한때 중단하기도 했지만 다시 바늘과 실을 잡고 한 코씩 뜨고 있다. 이 이사장은 뜨개질로 3~4세 유아용 모자를 짠다. 이 모자를 얼굴 아래로 내리면 목도리가 된다. 북녘 아동들에게 보내기 위함이다. 지난 13일 현재 손수 짠 모자가 254개였다. 이 이사장이 고문인 ‘사랑의 친구들’ 회원들과 함께 1만개를 짜면 10월 초 유진벨재단의 스티브 린튼 박사를 통해 북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뜨개질을 배운 지 70년이 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충남 서산으로 이사를 갔는데 학교에서 가르쳐줬다. 재미가 있었다. 밤 10시가 되면 소등을 해야 하는데 이불 속에 전깃불을 켜놓고 떴다”고 한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뜨개질 시연을 하기도 했다. 뜨개질은 유독 추위를 타는 김 전 대통령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메신저’였다. 김 전 대통령이 옥중에 있을 때도 그랬고, 지난해 병상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병상을 지킨 37일 동안 하루도 남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남편의 손과 발을 만져보니 얼음같았다. 그래서 급히 짰는데 장갑은 다 짜지도 못했는데 돌아가셨다”고 회상했다. 못다한 뜨개질은 북한 어린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옮겨진 것이다.

생애 47년을 김 전 대통령과 ‘동행’한 이 이사장은 그의 반려자이자 ‘평생 동지’였다. 이화여고와 서울대 사범대를 거쳐 미국 스캐릿대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고, 유학 후 YWCA 총무를 맡았던 ‘신여성’인 이 이사장은 아들이 둘인 김 전 대통령과 주위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1962년 결혼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처음 서자라는 사실을 고백한 것에 대해 이 이사장은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 결혼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혼인신고를 하려고 호적을 보고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에게 김 전 대통령을 항상 ‘제 남편’이라고 칭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럼 뭐라고 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이사장은 친구들에겐 “(셋째 아들인) 홍걸이 아빠”라고 부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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