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목놓아 우려했던 ‘3대 위기’… 더 후퇴했다

2010.08.17 22:09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민생, 한반도 평화는 필생의 업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추구해온 가치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도했다.

지난해 상반기 김 전 대통령은 노쇠한 몸을 이끌고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위기 상황의 타개를 온몸으로 부르짖었지만 끝을 보질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남긴 유산이 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3대 위기’는 깊은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호소했던 ‘행동하는 양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b>광장 메운 추모인파</b>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휠체어에 앉은 사람)와 민주당 지도부, 시민 등 1000여명이 1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석, 추모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광장 메운 추모인파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휠체어에 앉은 사람)와 민주당 지도부, 시민 등 1000여명이 1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석, 추모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에 처해 있다”(1월1일 김대중도서관 신년인사회)고 말했다. “국민은 지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전례 없이 빈부 격차가 강화돼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 남북관계가 초긴장 상태에 있어 속수무책으로 슬프다”는 것이다.

반석 위에 올랐다고 여겼던 생각이 “착각”이 돼버린 예기치 못한 상황에 그의 막바지 생은 다시 ‘투사’였다. “50년간 피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위태로워졌다. 마음속 피맺힌 심정으로 말한다. 우리가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6월11일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고 부르짖었다.

8월18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의 외침은 우리 사회에서 부각되는 듯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2010년에도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3대 위기’는 미완의 과제인 상황이다. 오히려 더욱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권력기관의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의 역주행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옥죄던 과거 유신체제나 5공시절의 전철이 되살아난 것이다.

정운찬 전 총리도 지난 11일 이임사에서 “민간인 사찰 같은 구시대적인 사건은 그 어떤 목적이나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경찰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피의자들을 고문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마찬가지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삶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압도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정을 쏟아 강행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은 복지예산의 감소로 이어졌고,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문제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자 위주의 경제정책이 유지되면서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1년 전 이미 경색된 남북관계는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사건을 겪으면서 한반도에 전쟁이 운운되는 ‘냉전의 섬’으로 급격히 되돌아가고 있다. 남북의 평화공존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남북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장사정포 발사 등을 통해 각각 ‘무력시위’에 나서는 등 ‘강 대 강’ 대치국면이 계속되면서 극단의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위기는 김 전 대통령의 외침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김대중 자서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김대중 정신’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잇따르는 것도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방관하면 악의 편”이라던 김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호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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