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전격 사퇴… 정치 염증인가, 검증 부담인가

2013.03.04 22:07 입력 2013.03.04 23:12 수정

박근혜 정부 ‘핵심 부서’ 흔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전격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지명된 장관 후보자 중 처음으로 취임 전 중도 사퇴한 것이다.

미래부가 박근혜 정부가 내건 ‘경제부흥’ 핵심 부처이자 정부조직 개편안의 쟁점 부처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새 정부가 출범 일주일이 지나고 어제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b>국회서 사퇴 회견</b>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운데)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자직을 사퇴한다는 뜻을 밝힌 뒤 취재진을 피해 떠나고 있다. | 뉴시스

국회서 사퇴 회견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운데)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자직을 사퇴한다는 뜻을 밝힌 뒤 취재진을 피해 떠나고 있다. | 뉴시스

▲ “조국 위해 헌신 마음 접었다”
미국 시민권 포기 신청 안 해
1000억원 포기세 부담 관측도

김 후보자는 “미국에서 일군 모든 것을 버리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온 것은 대한민국 미래가 박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에 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 관련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제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을 위해 바치려던 꿈을 지키기 어렵고, 조국을 위해 바치려 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퇴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만 답변한 뒤 곧바로 국회를 떠났다.

김 후보자가 이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 간 대치 상황과 자신을 둘러싼 자격 논란이 계속되면서 김 후보자가 극심한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넘도록 인사청문회는 물론 미래부 직제개편조차 못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국적 논란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루설에 이어 국내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 공세가 확대되면서 청문회 통과에 대한 부담감과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과거 CIA가 설립한 ‘인큐텔’ 창립에 관여하고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 재직 시 CIA 외부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4년간 근무했다는 이유로 CIA와 깊숙이 관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와 친·인척들이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 일대에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한 것도 논란이 됐다.

벨연구소 사장 시절 서울시와 협약을 맺으면서 2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서울 벨연구소’를 설립했지만 5년째 한 건의 특허도 등록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1000억원에 이르는 ‘국적포기세’를 내야 하는 점도 한 요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7일 장관 내정 직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포기 절차는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면담까지 거부하는 야당”이나 “정치권 난맥상”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치에 염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내 상황에 대한 몰이해가 여전하고, ‘미국인’ 시각에서 한국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 의회도 ‘재정 절벽’ 해법을 놓고 그간 대치해온 상황을 감안하면 김 후보자 사퇴의 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전날 오후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 사퇴 회견 직후 긴급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이 미래창조를 위한 핵심으로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분이 국내 정치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시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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