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때 김여정-펜스 회동 추진, 청와대 부인안해

2018.02.21 11:48 입력 2018.02.21 14:37 수정

· 탈북자 면담 등 펜스의 北 비난 행보에 북한 반발하며 무산
· 올림픽 계기 평화 만들어보려던 청와대는 실망…중재 노력 계속될듯

청와대는 21일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방한했던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만나려던 계획이 추진되다가 몇 시간 전에 무산됐다는 미국 언론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관련 보도에 대한 언론의 문의에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만 밝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만날 계획이었지만 회담 두 시간 전에 북한이 이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부통령실은 이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만남이 추진된 장소가 청와대였던 것에 비춰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이 만남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만남은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한국 체류 기간동안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미 중앙정보국(CIA)이 어디선가부터 전달 받으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CIA에 이 얘기를 해준 것은 한국 정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북·미 간의 만남은 약 2주일 정도 물밑에서 추진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얻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만남이 추진된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의 접견 및 오찬이 청와대에서 있었다. 북한 대표단이 이날 저녁 강릉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 주재 만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경기 응원 등에 참석할 계획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오전이나 오후 중에 청와대에서 북·미 간 만남이 추진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을 최종 거부한 것은 펜스 부통령이 한국 내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올림픽 개회식에 북한에서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초청한 것을 못마땅해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만 해도 펜스 부통령의 한국 내 행보와 레토릭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만남 자체에는 열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시간 뒤 만남을 최종 거부한다고 통보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1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펜스 부통령의 한국 내 행보를 “신성한 올림픽까지 대결모략에 악용하는 비열한 추태”라고 비난했다. 또 지난 15일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담화에서 “최근 미국이 웜비어 사망 문제를 또 다시 우리와 억지로 연관시키면서 반공화국 비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국제적인 압박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명분을 마련하며 우리를 힘으로 압살하기 위한 기도를 정당화해 보려는 음흉한 술책의 발현”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개회식을 계기로 북·미 간 만남을 주선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않은 셈이다.

이는 북·미의 기싸움 속에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남북대화를 넘어 북·미대화로 가기를 원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주 평창을 방문한 자리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우물 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답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만남의 불발로 인해 또 다시 한반도 정세가 긴장 일로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아직 올림픽이 진행 중이고 패럴림픽이 끝나려면 시간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 같은 시도를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오는 23일부터 3박4일간 방한하는 계기에 한·미 간의 조율을 시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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