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 이후

민주당 ‘민심 회초리’에 전전긍긍…한국당은 장외투쟁 집중

2019.09.11 19:20 입력 2019.09.11 20:33 수정

여야 ‘추석 여론’에 촉각

여당 “나라 시끄럽게 한다는 말 들어…민생 현안으로 돌파”

황교안, 귀성객 배웅 않고 1인 시위까지…안팎서 ‘피로감’도

<b>악수하는 이해찬</b>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앞줄 오른쪽 첫번째) 등이 11일 서울역에서 추석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악수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앞줄 오른쪽 첫번째) 등이 11일 서울역에서 추석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국 대전’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추석 기간 마주해야 할 조국 법무장관 임명 비판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인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1일 “벌써부터 여러 곳에서 혼이 나고 있다”면서 “왜 그런 사람을 써서 나라를 시끄럽게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불만 섞인 반응에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고민도 컸다. 조 장관 임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공정한 사회라는 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별다른 반박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럴 땐 돌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있는 게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 의원은 “대통령이 추석 메시지로 ‘공평한 나라’를 언급했는데, 벌써 반응이 안 좋더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히 추석 기간 민심이 어디로 기울 것인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칫 조 장관 임명 비판론이 여당으로 옮겨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의원은 “밥상머리에서 ‘심화토론’이 펼쳐질 것”이라면서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거세게 한판 붙을 텐데 옆에서 이야기 듣는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b>목청 높인 황교안</b>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11일 인천 부평구 문화의거리 앞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목청 높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11일 인천 부평구 문화의거리 앞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과 부산·경남 민심에 대한 우려도 크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보수 쪽에서 크게 목소리를 못 내고 조심조심해온 편인데, 이번에 정말 결집해서 목소리 세게 낼 기회가 온 것 아니냐”면서 “정권 바뀌고 여러 위기들 간신히 넘겨 왔는데 이번에 큰 게 터졌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지역 경기도 좋지 않은데, 조 장관 사태까지 겹치면서 분위기가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 의원은 “어르신들 중에 특히 세게 비판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지금은 일단 여론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몇몇 의원들은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생 개선을 화두로 던지며 비판론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조 장관에 대한 불만도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팍팍하다 보니 더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 “추석 기간 지역 개발 같은 현안 문제 위주로 많이 풀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조 장관 이슈가 터지긴 했지만, 정권 바뀌고 경제 쪽으로 큰 성과가 없다 보니 불만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것밖에 할 이야기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우려 반, 응원 반인데 그래도 여당이 장관 임명까지 할 일은 다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여야는 이날 추석 밥상머리 여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귀성객 인사 등 대대적인 선전전에 나섰다. 민주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은 이날 오전 서울역과 용산역을 찾아 추석 귀성객들을 배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귀성객 환송 인사를 위해 열차 승강장으로 향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 들어 설·추석 명절마다 서울역과 용산역을 번갈아가며 방문하고 있다. 지난 설에는 용산역을 찾았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지도부는 서울역에서 귀성객을 환송했고, 평화당은 호남선 출발지인 용산역으로 향했다.

자유한국당은 귀성객 배웅을 생략하고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인천을 시작으로 경기 수원과 성남을 돌며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 집회를 열었다. 황 대표는 순회 규탄 뒤에도 따로 서울 광화문을 찾아 1인 시위까지 벌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회 일정을 소화한 후 광화문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최대한 자극하고, 조 장관 이슈를 추석 밥상머리에서 부각시킨다는 의도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장외투쟁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조 장관에 대한 반감 이상으로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지난 5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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