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대선의 ‘이종격투기판’?···외부 후보들이 야권으로 몰리는 까닭은

2021.06.28 06:00 입력 2021.06.28 06:01 수정

야권의 대선주자들 가운데 주목을 받는 유력 인사들은 대부분 정치권 ‘밖’ 인사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 9명이 모두 당내 인사들인 점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대부분 ‘반문(재인)’으로 주목받은 주자들의 개인적 특성도 반영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탄핵’과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로 국민의힘 내부에 ‘주류’가 사라진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파가 사라지고 기득권 자체가 해체되면서 반강제적으로 외부 인사들에게 열린 구조가 된 셈이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30대인 이준석 대표 당선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야권에 다양한 외부 ‘선수’들이 모일 수 있는 ‘이종격투기 대선 경선’이 되는 데에 영향을 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은 사실상 개방형 플랫폼 형태다. 대표적 외부 인사는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지만 문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주목을 받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이들이 유력 주자로 클 수 있었던 건 문 정부의 영향이 컸지만 야권 내부적으로 주류의 힘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에선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영어의 몸이 되는 과정에서 친이, 친박 등 계파가 붕괴됐다. 지난해 총선 참패로 당시 당대표로서 ‘황교안계’도 살아남지 못했다. 춘추전국시대처럼 누구라도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30대 이준석 대표 체제의 ‘파격’도 가능했던 이유다.

특히 홍준표·하태경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후보들이 오히려 열세인 상황은 외부 주자들에겐 ‘뛰어볼만한’ 운동장으로 여길 수 있는 요소다. 반면 친문재인계 혹은 친이재명계 등이 주류로 건재한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보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외부 주자들로서는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모두 당내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야권 내 1위 주자가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윤 전 총장이란 점과 대조적이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의원들의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의원들의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외부 주자들을 끌어오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총선 전후로 지지율이 바닥이었을 때는 국민의힘 쪽을 쳐다보는 인사가 없었지만 이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서자 외부 인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전후로는 ‘당이 이래서 누가 오겠냐’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왔는데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요소들 때문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국민의힘을 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비슷한 지지율이라도 상승하는 정당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우철훈 선임기자

김동연 전 부총리./우철훈 선임기자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