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되는 이재명 ‘매운맛 발언’···‘원톱 스피커 역할’ 리스크 커진다

2024.03.27 16:45 입력 2024.03.27 19:55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경용 충북 제천단양 후보가 27일 충북 제천시 동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경용 충북 제천단양 후보가 27일 충북 제천시 동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면서 ‘발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의붓아버지 같다” “계모 같다”고 했고, 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하는 “2찍”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원톱 스피커’로 역할을 하고 있고, 선명성을 내세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민주당 총선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 덜 부각되고 있지만, 선거일을 2주 앞두고 이 대표의 발언 리스크가 변수가 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대표의 과한 발언은 공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3월부터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공천 갈등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이 대표가 발언을 늘리며 본격적으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한 시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주민과 인사하던 중에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말했다. ‘2찍’은 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지난 23일에는 경기 의정부 유세 중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 구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재정 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강원도를 경기도보다 못한 지역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2찍’, ‘강원서도’ 발언에 대해선 각각 발언 다음날 사과했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강동구 유세 현장으로 이동하며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고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 “의붓아버지 같다”고 말했다. 재혼 가정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유세 중에는 “잘 살다가 파탄 나버린 아르헨티나처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회의를 하며 “저를 비롯한 우리 민주당의 모든 후보와 당의 구성원들도 앞으로 더 한 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거친 발언이 늘어나는 이유는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가 사실상 ‘원톱 스피커’로 역할하고 있어서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유세가 적고,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절제된 표현을 쓰는 편이다. 게다가 정권심판론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본 이 대표는 ‘매운 맛’ 발언을 늘려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에만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선명성을 내세운 조국혁신당의 성공도 꼽힌다.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특히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거침없는 발언이 일정 정도 민심에 호응을 얻자 이 대표 역시 발언의 강도를 높이며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이 대표와 조국혁신당이 일종의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야당 대표는 ‘반윤석열’의 대표성이 필요한데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에게 밀려서 선거판에서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산 등 격전지에서는 이 대표의 강한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민주당 부산 지역 후보는 이날 통화에서 “당 지도부에서 유세 와준다고 해도 나는 오지 말라고 한다”며 “당 대 당 구도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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