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7일 한·중·일 정상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선언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각각 언급했다는 의미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3국 공통의 입장으로 담아내지 못하면서 북핵 공동 대응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국은 한·중·일 협력 재활성화에 의미를 두고 3국 협력 제도화에 나서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리 총리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 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라며 이같은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정상회의 이후 4년5개월만에 열렸다.
북핵 문제를 두고 3국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나열한 것은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직전 정상회의보다 후퇴한 언급이다. 3국은 이와 함께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것은 중국도 이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이 반대했다면 비핵화라는 표현은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의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도 3국은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각각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3국에 공동의 이익”이라고 비핵화를 언급했다. 반면 리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진하는데 유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측의 자제’는 남·북한 양쪽의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3국 정상회의는 정상화되었고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한·일·중 협력체제가 앞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회의 재개 의미를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우리 3국이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경제 협력 강화에 초점을 뒀지만 입장차도 감지됐다. 리 총리는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3국이) 서로를 발전의 동반자와 발전 기회로 간주하고 경제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을 수호하여 경제·무역 문제,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해서 보호주의와 디커플링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경쟁 강화 속에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전방위로 한·미·일 밀착 흐름이 굳어진 데 대해 불편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3국은 한·중·일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가 정례적으로 개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3국간 인적교류 4000만명 달성 목표 설정, 대학간 인적 교류 프로그램인 ‘캠퍼스 아시아’ 사업 적극 지원, 몽골과 협력을 통한 동아시아 황사 저감 사업 추진, 세계무역기구(WTO) 지지 재확인,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 등을 합의해 공동선언문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