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 후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러 조약으로 러시아와 군사동맹에 준하는 관계를 정립한 북한이 이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동시에 내부에 선전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치적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주일 만인 지난달 26일 극초음속미사일 추정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틀 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가 시작됐고 전원회의 나흘차인 1일 새벽 또다시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이날 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화성-11형(KN-23)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기체계다.

군 당국은 지난달 26일 발사된 미사일과 이날 발사된 미사일 두 발 중 한 발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발사 초기 단계부터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가 공중에서 폭파해 파편이 북한 내륙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 중 한 발은 120여㎞ 비행한 것으로 군은 분석했는데 비행 거리가 짧은 것으로 미뤄볼 때 비행 중 폭파했거나 북한 내륙에 그대로 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다소 성급해 보이는 미사일 발사를 연이어 단행한 데는 전원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의 치적을 쌓아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를 든든한 뒷배로 둔 북한이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표출하기 위해 전원회의 일정과 맞물려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노동당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는 올해 상반기 성과를 결산하고 남은 과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성격을 가진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지난달 이뤄진 것도 북한이 전원회의에 앞서 뚜렷한 안보적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 결과인 북·러 조약은 북한 입장에서 올해 이룩한 가장 큰 안보 성과가 됐다. 북한은 아직 이번 전원회의의 군사·안보 분야 의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러 군사협력을 기반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논의·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제기된 주요 국방 과업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지도 최근 미사일 도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열리는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는 제8차 당대회 후 10번째로 열리는 전원회의라는 뜻이다. 북한 지도부는 내년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제9차 당대회 전에 앞선 당대회에서 제시된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국방 공업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다탄두 개별유도기술, 극초음속 무기 등을 주요 과제로 언급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이 탄두부에 여러 개의 소형 미사일을 싣는 ‘다탄두’ 미사일이었다며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전원회의는 일반적으로 3~4일 동안 진행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 발전의 장애가 되는 “일부 편향적 문제를 지적”했다. 회의 사흘차에는 “각 부문 분과들의 협의회가 진행됐다”고 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군사·안보 성과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과제, 김 위원장의 연설문 등은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가 끝나면 북한의 의회격인 최고인민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통일을 지우는 헌법 개정과 함께 북·러 조약 비준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