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행위’ 상식밖… 조직적 개입 가능성

2009.02.13 18:07 입력 2009.02.14 01:47 수정
최우규기자

용산 참사 여론호도 홍보 지침을 담은 e메일 파문에 대해 청와대는 13일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간 청와대, 정부, 여당 움직임으로 인해 ‘조직적 개입’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와 경찰청 간에 오간 전자문서가 문제다. 청와대는 이를 ‘사신(私信)’이라고 하지만, e메일 수신자와 발신자를 보면 ‘개인 이씨가 개인 박씨에게’가 아니라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것으로 돼 있다. 국가기관의 담당자 간 오간 전자문서다. 더구나 수신자로는 홍보담당관이라고 직책만을 명시, 개인에게 보낸 사신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이런 내용을 상부 보고 없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보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상식적으로 5급 행정관이 이런 내용을 개인적으로 보냈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상급 비서관과 상의도 없이 이런 엄청난 내용을 보낼 만큼 현 청와대 기강과 명령체계가 엉망이냐”고 물었다.

청와대 해명대로 아이디어 차원이라면 전화통화 등 구두로 전달할 수 있었는데, 굳이 e메일을 보낸 것도 짚어볼 대목이다. 전자문서를 보냄으로써 협의 결과를 증명하고, 경찰에게는 홍보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의 e메일이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팀에도 전달됐다는 새로운 의혹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청이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본청(경찰청)이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에 보낸 걸로 안다”고 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안에는 경찰청 인력을 포함한 TF가 구성돼 있었고, 이들이 e메일을 받은 것을 시인한 셈이다. 결국 경찰청이 문제의 e메일을 보내는 등 조직적으로 경찰 내부에 ‘전파’한 셈이다.

이 사건을 대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보 역시 ‘조직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용산 참사 이후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해도 여권은 ‘불법 폭력시위’와 ‘좌파 불순세력 개입’ 부분에만 치중했다. 반면 강호순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정협의를 열어 흉악범 신상 공개 방안 등을 내놓으며 적극적 대책을 세웠다. 청와대도 용산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당혹스러워 했으나, ‘강호순 사건’이 터져 국민 시선이 전환되는 기미가 보이자 이에 편승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청와대는 또한 e메일 파문의 경위 파악에도 굼뜨기만 했다. 관련자라고 해야 한 손에 꼽을 정도지만, 조사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뒤부터 구두경고까지만도 이틀이 걸렸다. 적어도 은폐하려고 했거나, 시간끌기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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