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난주 알고도 ‘은폐’

2009.02.13 18:14 입력 2009.02.14 01:37 수정

‘연쇄살인, 용산참사 활용 홍보지침’ 결국 시인

청와대가 ‘용산 철거민 참사’에 따른 여론대책으로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활용토록 지시한 ‘홍보지침’을 경찰청에 보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또 청와대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그동안 이를 부인, ‘축소·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경찰청 외에 서울경찰청에도 같은 ‘홍보지침’이 내려졌다는 주장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의 도덕성은 물론 그간 용산 참사에 대해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주장해온 정부 논리도 타격을 받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홍보지침’과 관련, “자체 조사결과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 전달 과정에 빚어진 일로 확인됐다”면서 “청와대 근무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라 판단해 구두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홍보지침’을 내린 행정관은 이성호 행정관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김 의원이 폭로한 것과 같은 지침이나 공문을 경찰청에 내린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김 의원이 관련 문건 의혹을 폭로하기 전에 이미 사실을 확인해 놓고도 그간 ‘거짓 해명’으로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미 지난주 ‘홍보지침’을 내려보낸 것을 인지하고 이성호 행정관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저녁 “우리도 지난주에 (이를) 알고 민정수석실에서 세 차례 이 행정관을 조사했다”면서 “공식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간) 부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보지침’ e메일 ‘원본’을 공개한 뒤 “이런 메일을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팀에도 보냈다”면서 개인 차원의 1회성 e메일이 아니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홍보지침’을 내린 근거라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은 “그런 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청와대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확인된 ‘홍보지침’ 파문만으로도 청와대와 정부의 도덕성·정당성은 크게 훼손돼 책임자 인책 등 후속 대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 6명이 숨진 ‘용산 참사’의 부정적 여론을 덮기 위해, ‘연쇄살인’이라는 국민적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과 특검 도입을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홍보지침은 죽음을 죽음으로 덮으려는 반인륜적 지침이며, 묵과할 수 없는 국기문란 사건”이라면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국정 방향을 송두리째 흔드는 내용의 e메일을 어떻게 개인적 행위라고 우길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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