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반성은 않고 또 “개인 일탈”

2015.01.06 22:04 입력 2015.01.06 22:17 수정

“몇 사람이 사심으로 일을 한 것” 비선 수사 반응… 대통령은 침묵

여도 “자작극·일탈 행위” 규정… 대형 의혹 때마다 ‘꼬리 자르기’

여권이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그룹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나섰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등 대형 사건 때마다 반복해온 ‘개인 일탈’ 논리를 또 꺼내든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개인 일탈 행위로 한정해 비선의 국정개입과 권력암투 등 본질적인 의혹들을 덮으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6일 비선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몇 사람이 개인적 사심으로 인해 나라를 뒤흔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늦었지만 다행으로 보고, (문건) 보도 전에 한 번의 사실 확인 과정만 거쳤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매우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검찰 발표 직후 침묵했던 청와대가 하루 만에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조 전 비서관이나 박관천 경정 등이 ‘사심’에서 문건을 조작·유출한 게 이번 사건 본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반성은 않고 또 “개인 일탈”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도 지난 5일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조응천 주연-박관천 조연’의 ‘허위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정보를 다루는 직원이 근거 없는 풍설과 미확인 정보를 ‘동향보고’에 담아 혼란을 야기시킨 일탈행위”라고 말했다.

여권이 ‘개인 일탈’ 논리를 꺼내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청와대는 2013년 12월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인적사항 열람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청와대와 관계없는 일탈행위”(이정현 홍보수석)라고 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두고 2013년 11월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고 밝혔다. 대형 의혹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인적 일탈행위’로 축소해 ‘꼬리 자르기’를 반복해온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에도 침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내세워 이번 사건을 ‘개인 일탈’로 몰아가면서 정작 박 대통령은 의도적 ‘침묵’을 선택한 것이지만,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에는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옛 비서실장인 정윤회씨, 청와대 최측근 등이 등장한다. 청와대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국정운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특히 검찰 수사결과 박 회장은 기업인의 불륜 의혹, 특정 업체 동향 등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조 전 비서관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문건을 조작·유출한 조 전 비서관 그룹의 ‘개인 일탈’로 규정하면서도 문건을 받아본 대통령 동생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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