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비판에 모르쇠… “세상 변한 걸 구중궁궐만 몰라”

2015.01.06 22:02 입력 2015.01.06 22:31 수정

비선 의혹 “개인 일탈” 규정

박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하며 관련 발언 전혀 안 해

보수 진영서도 비판…여 “야 특검 요구는 정치공세”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비선 권력 국정개입 의혹 국면전환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삼으면서 ‘면죄부 수사’ 논란 등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커지는 후폭풍은 서둘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선 논란을 ‘일부의 일탈’로 상황을 축소하고, 집권 여당은 특검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등 서로 보조를 맞추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용두사미’ 검찰 수사결과로 남겨진 의혹에는 ‘모르쇠’로 일관해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6일 이 사건을 “몇 사람의 사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정리했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은 실체가 없는 만큼 더 이상 신경 쓸 가치가 없다는 것인데, 빨리 이 국면을 바꾸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관련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 ‘찌라시’ 발언으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엔 침묵하고 있다. 발언을 하면 외려 논란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언급을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도 전날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을 ‘역가이드라인 설정’이라며 거들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에서 검찰 수사 전부터 그 결과를 예단하고 압박하는 역가이드라인이 설정된 것 아닌가”라면서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미진하거나 의혹이 있는 부분은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과도한 정치공세는 지양해야 된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여야 간 합의한 대로 9일 운영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되,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 도입 등 추가 수사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박대출 대변인은 “처음부터 뱀 머리가 용 머리로 부풀려진 것으로 ‘유령찾기 게임’이었다. 야당의 특검 주장은 실체 없는 의혹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습관성 구태공세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사건을 모면하고 보자’는 당·청 기류를 두고 비판도 적지 않다.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 여전하고, 청와대 전직 비서관과 행정관이 문건 유출에 연루되는 등 기강해이가 확인됐는데도, 일부 ‘일탈행위’로 치부하는 등 본질을 흐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관리해야 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거꾸로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을 정기적으로 보고한 비정상적 행위도 드러났다. 박 회장에게 보고된 일부 문건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업무와 무관한 특정기업인 사생활 등의 정보가 있어 민간인 사찰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자신의 동생이 사건 중심에 등장했음에도, 박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 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다 지어낸 이야기라…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아니길 바란다”며 “세상이 이미 많이 변했다는 걸 구중궁궐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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