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트노런 사나이 벌랜더 3000弗짜리 우유먹어

2007.06.15 18:30

노히트노런 사나이 벌랜더 3000弗짜리 우유먹어

지난해 가을, 미국의 스포츠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미국프로야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한 신인 투수를 걱정했다. 빅리그 데뷔 첫 해에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게 이유였다. 루키 시즌에 200이닝을 던질 경우 대부분 다음 해에 좋지 않은 성적을 낸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단순히 이닝 수가 200이닝을 넘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전 해보다 77과 3분의 2이닝이나 더 던졌다는 지적이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의 경우 한해에 30이닝 정도씩 늘려가는 게 좋다고 했다. 실제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왼손 유망주 존 레스터는 팀에서 끔찍이도 투구 이닝을 조절해 주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그 걱정의 대상이었던 저스틴 벌랜더는 그러한 걱정을 사뿐하게 날리고 있다. 지난해 207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17승9패, 방어율 3.63을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따낸 벌랜더는 올시즌에도 7승2패, 방어율 2.79로 잘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는 9이닝 동안 볼넷 4개만 내주며 자신의 첫 노히트 노런 기록을 달성하기까지 했다.

공의 빠르기도 죽지 않았다. 여전히 100마일(161㎞)짜리 강속구를 펑펑 던져대고 있다. SI의 지난해 걱정을 싹 날려버리는 호투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벌랜더에게 최근 화젯거리가 떠올랐다. SI 5월28일자는 벌랜더의 인터뷰를 실으며 ‘잊혀진 약속’ 얘기를 소개했다.

벌랜더는 고1이었던 어느날 50센트짜리 초콜릿 우유가 너무나 먹고 싶었는데 돈이 하나도 없었다고. 그래서 친구인 대니얼 힉스에게 “내가 메이저리그 계약할 때 계약금의 0.1%를 줄 테니 지금 50센트만 빌려달라”고 했고 친구 힉스는 그 자리에서 냅킨을 구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몇년 뒤 벌랜더는 디트로이트와 계약했다. 디트로이트는 거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버틴 제레미 위버(LA 에인절스) 등을 피해 비교적 만만해 보였던 벌랜더를 택했으나 실수였다. 벌랜더의 대리인은 미국 통신회사 AT&T의 전선 기술자이자 노조위원장을 지낸 아버지 리처드 벌랜더였고 노조위원장 출신답게 계약금만 312만달러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때 친구 힉스가 ‘냅킨 계약서’를 들고 나타난 것.

벌랜더는 “그 냅킨을 보고 ‘맙소사’를 외쳐야 했다. 초콜릿 우유가 3000달러짜리였다니. 그러나 그때는 목이 너무 말랐기 때문에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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