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소수자들의 ML 도전

2017.05.01 21:08 입력 2017.05.01 21:16 수정

[베이스볼 라운지]특별한 소수자들의 ML 도전

초구는 97.4마일, 시속 약 158㎞의 강속구였다. 우타자 앨버트 알로마 주니어를 상대로 바깥쪽 낮은 존에 걸치면서 꽂혔다. 아주 특별한 스트라이크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만8949번째 선수이면서 동시에 최초의 선수가 던진 158㎞짜리 스트라이크. 오른손 투수 도비다스 네버로스카스(25·피츠버그)는 북유럽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거다. 지난달 25일 시카고 컵스전 8회에 등판해 2이닝을 2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야구 불모지 리투아니아에 청소년 야구팀을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던 아버지 비르미다스로부터 야구를 배웠다. 17살이던 2009년 피츠버그와 계약했고 마이너리그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성장했다. 네버로스카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낯선 미국 땅에서 보낸 첫 3년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첫 타석, 89.5마일(약 144㎞)짜리 컷 패스트볼이었다. 상대는 지난해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에이스 존 레스터였다. 투수 옆을 스친 타구가 날카롭게 중견수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아주 특별한 안타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만8954번째 선수이면서 동시에 최초가 된 선수의 데뷔 첫 안타. 컵스 야수들이 서둘러 그 공을 챙겨 피츠버그 더그아웃으로 굴려줬다. 1루에서 코치의 격렬한 환영을 받은 기프트 응고페(27·피츠버그)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초의 메이저리거다.

응고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피터스버그에서 태어났다. 지역 생활체육 관련 일을 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야구와 가까워졌고, 재능을 드러내면서 메이저리그가 운영하는 유러피언 야구 아카데미에 참가했다.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었고, 2008년 피츠버그와 계약했다. 현재 피츠버그 유망주 중 수비 능력만큼은 최고로 평가받는 센터라인 내야수로 성장했다. 지난달 27일 컵스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때린 뒤 8타수 4안타, 타율 5할을 기록 중이다.

리투아니아, 남아공 모두 야구의 불모지다. 네버로스카스는 “일단 야구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응고페는 남아공 출신이지만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대표한다.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티, 소수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메이저리그의 발전 자체가 재키 로빈슨에게 진 빚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키 로빈슨이 인종차별을 뛰어넘은 최초의 흑인 선수가 되면서 메이저리그는 스스로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크고 작은 벽을 넘어서는 선수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파이오니어상을 받은 것도 그 흐름의 하나다. 메이저리그는 네버로스카스와 응고페의 데뷔전 모자를 기증받아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보냈다. 리투아니아, 아프리카 대륙 출신 첫 선수가 쓴 모자다.

그럼에도 마이너리티들에게 꽃길만 깔린 것은 아니다. 언어, 문화 장벽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밀워키의 에릭 테임즈는 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KBO리그 출신이라는 ‘마이너리티’ 딱지를 달았다. ‘한국리그에서 이렇게 변했어’라는 공개적 의심과 함께 도핑 테스트만 벌써 수차례다. 테임즈는 “난 피와 소변이 충분하다”며 넉살좋게 넘겼다. 스트라이크 아닌 볼에 대한 스윙률이 한국 오기 전 34.7%에서 16.8%로 줄어든 것은 덜 주목받는다.

메이저리그 등록 선수의 3분의 1이 남미계 선수지만, 정작 남미계 감독은 화이트삭스 릭 렌테리아 감독 1명뿐이다. 렌테리아 감독은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히스패닉 감독이 아니라 감독인데 히스패닉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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