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삼성맨’ 프로농구 이성훈 단장의 쓸쓸한 퇴장

2014.06.04 21:50

“부족한 저에게 그동안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과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이성훈 단장(54·사진)이 지난 3일 보직에서 해임된 뒤 농구계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32년 삼성맨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가 분신과도 같은 삼성 농구단을 떠나야 하는 아픈 현실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컸다.

[스포츠 기자석]‘영원한 삼성맨’ 프로농구 이성훈 단장의 쓸쓸한 퇴장

연세대 79학번 동기인 고 김현준 코치와 함께 1983년 삼성전자 농구단에 입단한 그는 1990년 은퇴 후 여자농구단 총무와 삼성그룹 스포츠단을 거쳐 삼성 썬더스 사무국장, 단장을 역임했다. 선수로 첫발을 뗀 구단에서 현장 최고책임자인 단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자 ‘농구 명가’ 삼성의 전통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이 단장은 의욕적으로 2014~2015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1년 4월 전임 조승연 단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의 전문임원(상무)으로 책임을 맡은 그는 지난 4월15일 구단주로부터 재신임을 얻어 이상민 감독 체제로 팀 리빌딩의 기초를 다지다가 뜻밖의 벽에 부딪혔다.

사실 그는 팀 리빌딩 말고도 농구인으로서 또 한 가지 새 희망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지난달 마감된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경선에서 모든 농구인들의 존경을 받는 김영기 전 총재가 선임돼 프로농구가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기쁨이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가 최근 몇 년간 기형적인 룰, 제도 변경 등으로 중심을 잃고 인기가 하락하는 위기에 빠지자 많은 구단의 단장들은 KBL 창립자인 김영기씨의 지혜와 능력을 중심으로 다시 힘을 합치기로 뜻을 모았다.

경선에 나섰던 상대 후보 측이 농구단 모기업의 고위층을 통해 대세를 바꿔보려 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KBL 임시총회 경선 결과는 1차투표 6-3, 2차투표 8-2로 김영기 총재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많은 구단주들이 현장을 책임지는 단장들의 목소리와 판단을 믿어줬기 때문이다.

10개 구단 중 2명밖에 되지 않는 선수 출신 단장의 맏형으로서 이 단장은 가장 큰 고통을 겪었다. 윗선에 현장의 목소리와 분위기를 전달했지만 불행하게도 ‘조직의 뜻’은 그의 소신과 일치하지 않았다. 경선 결과가 나온 직후 많은 이들이 걱정한 후폭풍과 부작용은 금세 그에게 닥쳐왔다.

팀과 KBL의 새 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 속에 떠나게 됐지만 그래도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끝까지 삼성 농구단을 걱정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삼성 썬더스에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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