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이상화 ‘톡톡 튀는 기자회견’

2010.02.19 18:18 입력 2010.02.20 00:01 수정

“자기 소개 좀 해보세요.”

생애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장에 앉은 선수가 외국 기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공식 기자회견, 그것도 올림픽에서 그런 타이틀이 붙는 자리라면 떨리고 긴장되는 게 마땅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첫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위험한 것을 좋아하고,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좋아하며, 스릴을 즐기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과 특이한 성격만을 딱 꼬집어 직업까지 댄 완벽한 대답. 모태범이라는 선수의 프로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느낌의 사람인지는 확실히 보여주는 개성 만점 대답에 외국 기자들의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모태범은 이렇게 말하며 왁스를 바른 뒷머리를 위로 한껏 쓸어올렸다. 외모에 굉장히 신경 쓰는 청년이다. 10분 인터뷰 하는 동안 스무번 이상은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는 이상화의 공식 기자회견장. 보통 이런 자리에는 허리를 등받이에 붙이고 앉진 않더라도 양손을 모으고 다소 딱딱한 표정으로 시작을 기다리게 마련이다.

이상화의 손에는 휴대폰이 있었다. 금메달을 딴 직후라 축하 문자메시지가 수도 없이 밀려들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예의 바르게 듣고 대답했지만, 양 옆에 앉은 예니 볼프와 왕베이싱의 시간이 되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휴대폰에 집중하다보니 자세는 점점 옆으로 기울고, 그러다 또 바로 고쳐앉고. 전형적인 10대 후반, 20대 초반 학생의 모습이었다.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가 벌어진 믹스드존. 여기자를 부르는 이상화의 호칭은 무조건 ‘언니’다.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제한시간이 끝나갈 무렵, 한 여기자가 질문했다. 진행요원이 “시간 다 됐다”며 이동시키려 하자, 이상화가 한 여기자를 보며 말했다. “언니, 미안. 다음에 해요.”

순식간에 ‘언니’가 된 여기자는 통성명도 하지 못한 사이라며 살짝 당황해했고, 옆자리의 일부 남자 기자들은 ‘오빠’로 불리지 못한 현실을 아쉬워했다.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가장 높이 올라간 채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올림픽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감동적인 시상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멀뚱멀뚱한 1등 소감보다는 톡톡 튀는 그들의 깜찍한 소감은 이미 대한민국에 쫙 퍼져 있다.

올림픽이 참 신선해졌다. 그들을 만들어낸 김관규 감독도 허허 웃으며 한마디 한다.

“신세대잖아요.”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